2004년 4월 어느 날,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출입기자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다.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당시 정부가 2.3㎓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업자 선정기준에 관한 발표라 생각하고 많은 수가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그러나 진 전 장관이 꺼낸 첫마디는 예상치 않은 내용이었다. 2.3㎓ 휴대인터넷이라는 이름이 명확한 개념 전달이 잘 되지 않는데다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이름이 필요해 바꾸기로 했다는 것. ‘무선(Wireless)’과 ‘광대역(Broadband)’이라는 단어의 합성어인 ‘와이브로(WiBro)’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진 장관은 이와 함께 그동안 우리 기술진이 개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인 HPi 기술을 삼성전자·인텔 등과 함께 국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들은 ‘퀄컴처럼 인텔에 종속되는 거 아니냐’ ‘3G도 있는데 상용화 가능성은 있나’ ‘삼성의 로비를 받은 거 아니냐’ 등 비판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후에도 기자들은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를 위해 10여차례나 자발적인 스터디와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3년 반이 흐른 지난 19일, 와이브로는 IMT2000이라는 전 세계 이동통신시장을 주도하는 국제 표준 규격의 하나로 채택됐다. 따라서 와이브로는 전 세계 1억5000만명이 쓰는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에 사용될 수도 있고, 4세대로 이어지는 표준화 작업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됐다. 정부는 표준 채택으로 2024년까지 기술료만 6800만달러를 벌어들이고 향후 5년간 31조원의 장비를 수출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덕분에 이날 장비·단말 등 후방산업체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는 등 뜨거운 축하 세례를 받았다.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3년 반 전의 약속이 실현되는 날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정통부가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는 중앙청사 합동브리핑센터에는 정부의 기자실 폐쇄 조치에 항의, 기자들은 참석하지 않은 채 국정홍보처와 정통부 공무원만이 자리를 채웠다. 와이브로 세계화를 위해 감시와 조언으로 오늘의 성과를 이뤄낸 정부와 언론이 등을 돌린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퍼스널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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