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 이번엔 IT업계 무법자로

 KT&G 지분 매집으로 국내 증시를 흔들어 놓았던 칼 아이칸<사진>이 이번엔 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생사를 쥐락펴락하는 ‘무법자’로 돌아왔다. 통신부터 기업용 소프트웨어, 생명공학까지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모토로라가 첫 번째 먹잇감이 됐다. 외신들은 아이칸이 모토로라 이사회 진입을 재추진해 경영에 간섭할 것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아이칸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토로라의 통신장비 부문은 여전히 가치 있는 분야”라면서 “기업 가치에 걸맞은 실적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이사회 진입을 심각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칸이 보유한 모토로라 지분은 3%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실적이 나쁜 휴대폰 사업부와 통신장비 사업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다 실패한 바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미들웨어) 업체 BEA시스템스는 이미 아이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생겼다. BEA의 지분 11.05%를 보유했던 아이칸은 지난 4일 지분을 더 늘려 오라클에 회사를 매각시키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BEA는 신규 라이선스 판매가 지난해 대비 10% 정도 감소하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아이칸의 현재 지분은 13.2%로 최대 주주인 FMM의 14.1%(관계사 지분 포함)와 엇비슷하다. 아이칸의 매각 의지는 확실하고 오로지 더 원하는 것은 높은 가격에 회사를 넘기는 것이다. 그는 “오라클의 BEA 인수를 환영한다”며 “그러나 가격이 너무 낮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대담한 기업 인수를 즐기는 아이칸은 사상 최대 규모의 생명공학 기업 인수도 시도하고 있다.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선두업체인 바이오젠이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칸이 유력한 매수자로 점쳐지고 있는 것.

 아이칸은 지난 8월 바이오젠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데 이어 최근 4%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이미 최근 3주 동안 바이오젠과 인수 협상도 벌였다. 아이칸이 제시한 인수 금액은 230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딜이 성사된다면 생명공학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매각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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