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인터넷상 주민등록번호 도용 및 유출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키로 입법예고한 ‘아이핀(i-PIN)’ 제도에 대해 게임 및 콘텐츠업계가 실효성등을 놓고 반발, 본격 시행도 하기 전에 거센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시행 방침 고수입장인 정통부 측과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산업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 문화관광부 및 산자부까지 반대하고 있어 부처간 충돌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10일 문화부와 정통부 관계자들은 규제개혁위원회에 아이핀 제도 시행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일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규모의 유료 콘텐츠사업자인 게임업계는 국가 금융결제 및 인증시스템 전반이 주민등록번호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으로 아이핀을 도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이 제도 시행과정에서 콘텐츠사업자들의 대 고객서비스 시스템 신규정비라는 부담까지 떠안게 돼 제도도입의 실효성 논란은 물론 이에 부수되는 추가 고객서비스 시스템 구축 부담 등 경제적 후유증에 대한 반발까지 사고 있다.
◇업계 “가입 따로, 결제 따로 하란 말인가”=주 수익모델이 유료 콘텐츠 제공 및 판매인 게임업계는 아이핀이 도입되더라도 결제시에는 반드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야 한다며 아이핀 제도의 허점을 지적한다. 가입 단계에선 아이핀을 쓰고, 결제땐 결국 다시 주민등록번호를 써야하는 이중적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아이핀이 시행되면 게임업계 및 유료 콘텐츠사업자들은 CS(고객만족) 설계부터 다시하고, 두단계로 늘려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된다. 가입고객 CS와 결제고객 CS시스템 관리가 따로따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게다가 더구나 자유롭게 변경과 교체가 가능한 아이핀과 실제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는지를 인증하는 시스템을 추가로 갖춰야 하는 등 설비투자 부담도 업계가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승훈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한쪽에선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시행하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받고, 아이핀 사용시엔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말라는 건 탁상행정”이라며 “주민번호 도용과 유출에 대한 방지대책을 수립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금같은 방식의 제도화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넷기업협회도 “업계 현실을 무시한 아이핀제도 시행은 실효성이 없다”는 공식 논평을 내놓았다.
이처럼 아이핀 제도화는 정부 입법안으로 예고되긴 했지만 개념 및 도입 방안 등에 대한 반발로 사용 의무화까지는 논란과 반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단 문화부가 ‘강력 반대’ 입장인 것은 물론, 전자상거래산업을 손에 쥐고 있는 산업자원부까지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어 정부 조율이 급선무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관련 사업자는 물론 인터넷을 이용하는 전국민의 불편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래야 할 수 없는 현행 국가시스템에선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서 게임 및 콘텐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 또는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서상기 의원도 제도의 시행에 따라 금융기관에 동의한 개인 정보제공의 범위를 넘어 아이핀 사업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위법성 소지 등을 들어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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