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남북 간 냉전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관계를 여는 방향타였다면 7년 만에 열린 이번 2차 정상회담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특히 남북공동 번영을 위한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북은 이미 지하자원 공동개발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같은 IT분야까지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남북경제협력을 어떻게 개발과 투자의 단계까지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전기·도로·항만 등 열악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을 감안하면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의 선봉에 SW를 위시한 IT와 과기분야가 위치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당장 남북한 현실을 보더라도 남한은 SW인력이 태부족한 데 비해 북한은 수요에 비해 고급SW인력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SW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면 남북한은 곧바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남북경제공동체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착실히 추진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북한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조성해 북한의 고용창출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남한기술과 북한 노동력·천연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남북 모두의 국부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물론 남북의 각종 협력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시한 군사적 긴장 완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경제는 투명성이 생명이다. 이 때문에 군사적 긴장완화가 담보되지 않으면 활발한 남북경협사업은 기대하기 힘들다.
남북경제공동체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남측뿐 아니라 아시아개발은행·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관이 동참한다면 남북경협사업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위험 분산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남북경제공동체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그동안 누차 지적돼온 전략물자 반입과 통행·통신·통관의 이른바 3통 문제 해결이 긴요하다.
본지가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전화 설문에서도 이들은 하나같이 IT분야 남북경제협력 확산을 위해 전략물자 반입과 3통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은 아직 노동집약산업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전략물자 반출입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있지만 제2, 제3의 개성공단 건설 때에는 이 문제가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인터넷과 전화 연결 같은 최소한의 통신인프라라도 구축돼야 한다.
현재 서울∼개성 간에는 KT가 개설한 1만 회선의 통신선로가 깔려 있어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 익숙한 남한의 젊은 직원이 개성을 기피 근무지 1호라고 하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조성되고 경협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사실 남북 간 3통 문제만 해결된다면 개성공단 등은 중국의 선전에 버금가는 세계적 산업단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도 3통 문제는 꼭 실현돼야 한다. 전략물자 반입은 국제적인 역학관계상 훨씬 복잡한 문제긴 하지만 하나하나씩 매듭을 풀어나간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이제 남북경협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차근차근 준비해 남북경협에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할 때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2
[ET시론]K콘텐츠 성장과 저작권 존중
-
3
[사설] 보안기능 확인제품 요약서 사안별 의무화 검토해야
-
4
[ET시선] 국회, 전기본 발목잡기 사라져야
-
5
[부음] 김동철(동운아나텍 대표)씨 장모상
-
6
[김태형의 혁신의기술] 〈23〉미래를 설계하다:신기술 전망과 혁신을 통한 전략 (상)
-
7
[부음]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씨 장모상
-
8
[박영락의 디지털 소통] 〈21〉트렌드 반영한 3C관점 디지털 소통효과 측정해야 낭비 제거
-
9
[IT's 헬스]“중장년 10명 중 9명 OTT 시청”…드라마 정주행 시 조심해야 할 '이 질환'은?
-
10
[GEF 스타트업 이야기] 〈57〉더 나쁜 사람 찾기, 손가락질하기 바쁜 세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