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오늘 북한 방문 길에 오른다. 지난 2000년에 이어 7년 만에 이뤄지는 남북정상회담인만큼 국민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회담이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모종의 정치적 배경이 있지 않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없애줌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과 남북경제협력에 신기원을 열어줄 것을 기대해 본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남북경협의 확대 발전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결코 일회성 이벤트나 정권의 홍보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도 마음 속에서 진정으로 승복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한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경협의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게 특히 중요하다. 그동안 국민은 남북경협사업이 일방향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북측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서 ‘퍼주기식’ 사업만 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진위를 떠나서 국민이 남북경협사업에 ‘퍼주기식’ 대북사업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경협사업의 확대 발전은 요원하다.
남북경협사업이 진정으로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고 궁극적으로 남북 양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일방적·일회성 사업을 탈피해 양쪽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협력하는 단계로 확대 발전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남북한 간에는 남포의 평화자동차 생산공장을 비롯해 광물자원 공동개발사업 등 다양한 시범적인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IT분야에서 이뤄졌던 북한 IT인력개발사업·애니메이션 공동제작·소프트웨어 공동개발 등의 사업도 모범적인 상호 협력 모델로 꼽을 만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기존의 일방주의적 경협모델에서 탈피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경협 모델을 확대 발전시키려면 이런 사업에 더욱 물꼬를 터야 한다.
과학기술과 IT분야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또는 협력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게다가 이 분야는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모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기 때문에 마음만 맞는다면 협력 속도가 어떤 분야보다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서 개성공단에 많은 IT기업들이 입주해주기를 희망해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전략물자 규제 때문에 협력 범위가 협소한 것이 사실이지만 남북한이 지혜를 모은다면 과학기술과 IT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남북한이 과학기술과 IT분야에서 상호 협력 폭을 확대한다면 국내 IT산업도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며 북한 역시 IT를 경제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당국도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자유로운 통신 보장 등 획기적 조치를 적극 취해주기를 바란다. 나아가 남북한 간 유무선 통신협력사업도 이뤄졌으면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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