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미국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이 지난 1992년 대선 캠페인에서 상대방인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를 향해 던졌던 유명한 말이다. 이는 당시 냉전시대 국방의 논리에만 파묻혀 있던 전 대통령 부시와 달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침체된 경제를 어떻게 벗어나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상기시켜준 촌철살인의 지적이었다. 결과는 물론 클린턴의 승리였다.
IT업계에 종사하는 일꾼으로서 날마다 시장에 메시지를 전하는 마케팅 담당자로서 반성적으로 내뱉는 말은 이렇다. “이 바보야, 문제는 감수성이야!”
이른바 ‘기업(enterprise) IT’ 세계에는 ‘그들만의 언어’로 통하는 실로 딱딱하기 그지없는 기술 용어와 영어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어색한 번역투의 문장이 횡행한다. 올바른 우리말 사용은 접어두고서라도 일관된 정보통신용어 사용 의식조차 희박하다. 예컨대 누구는 ‘어플리케이션’이라 하고 또 어떤이는 ‘애플리케이션’이라 한다. 하드웨어의 영문약어는 ‘HW’인지, 아니면 ‘H/W’로 써야 하는지.
글로벌 IT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사업 확장을 위해 자사 제품을 진출시장 국가의 언어에 맞추는 작업, 이른바 ‘로컬라이제이션’에 많게는 수천억원까지의 엄청난 투자를 감행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런 투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의 콘텐츠 전달 능력과 언어 표현력에 있지 않나 싶다.
지금 기업 IT시장의 엄연한 대세는 단위 제품에서 벗어난 솔루션 중심의 수요와 공급이다. 상황이 이럴진데 기존의 영역을 넘어서 각 기술의 통합과 유기적인 연계성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IT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와닿을 수 있도록 의사소통한다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
다시 가을이 왔다. 좋은 책을 읽는 시간, 그건 여유라기보다는 더 자연스러운 언어로 소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다. 그래야 원칙 없는 영문 표기나 어색한 수동형 국어 사용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계어’ 수준의 난해한 IT 언어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혹자에게 향하는 말은 앞으로도 한결같을 것이다. “이 바보야, 문제는 감수성이야!”
백영훈 <한국EMC 차장> baek_jeffrey@em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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