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휴머디지털리즘

 요즘 사람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으로 단연 ‘같기도’를 꼽고 싶다. 같기도 개그는 매회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들 같기도 개그에 절실히 공감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같기도에 매료되는 것은 디지털 세계를 향한 반기이자 풍자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같기도는 ‘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무공을 기본 소재로 한 개그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난센스요 아이러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0과 1밖에 없다. 0 같기도 하고 1 같기도 한 중간지대란 없다. 모든 게 디지털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모든 것은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 아날로그는 디지털에 밀려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국인만큼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지닌 민족은 없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불그스름하고 푸르스름한 하늘을 이고 사는 민족이기에 그렇다. 양 극단보다는 중간지대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게 우리다. 같기도는 예스도 노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우리의 외침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 느끼는 괴로운 정서를 절묘하게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디지털이 허구요 구속임을 갈파한다.

 실제로 세상에 디지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가 흐르고(1) 안 흐르고(0)는 우리가 설정해 놓은 가정일 뿐이다. 0이라는 것도 인류가 개념상으로 만들어 내기까지는 없던 존재다. 과학적으로 완벽한 0이나 1은 없다. 세상은 카오스의 세계요 불확정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곳이다. 이 세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으로 혼돈스러워 보이지만 또 나름대로 질서와 규칙을 지니고 있다. 안정적으로 보이면서도 안정적이지 않고 안정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안정적인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하지만 디지털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분명 만국 공통의 현대 인류 언어다. 인류는 언어로 인해 진화하고 세상을 발전시켜왔다. 우리가 같기도에 열광하는 까닭은 겉으로는 디지털을 부정하고 비웃으면서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이 세상을 아날로그보다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반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다. 말그대로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같기도는 단순 반복 재생하는 디지털리즘에서 벗어나 우리 몸에, 정서에 맞는 휴머디지털리즘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