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창간 25주년 기념사

 디지털 정보화시대의 지식종합지인 전자신문이 어느덧 창간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전자신문은 지난 사반세기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전자산업의 도약과 IT혁명의 도도한 흐름에 동참, 지식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는 IT정론지로 확실히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영광은 지난 25년간 한결같이 전자신문과 동고동락해 주신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애정어린 비판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독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가오는 25년도 전자신문은 IT산업의 현장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희망의 전령사로서 언론의 소명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 사반세기는 전자신문뿐 아니라 IT산업에도 격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정부의 육성정책에 힘입어 IT산업이 섬유·건설 등 전통산업군을 제치고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성장엔진으로 뿌리내렸으며, TDX 전전자교환기 개발·첨단 메모리 반도체의 개발 등 연구개발(R&D) 분야에서 거둔 기념비적인 성과는 IT코리아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IT혁명의 여파로 사회 전반에 정보화가 확산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입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한때 IMF사태와 IT 거품 붕괴로 좌절의 쓴맛을 보기도 했으나 IT산업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인내심으로 슬기롭게 극복, 세계인의 칭송을 받는 정보통신국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국내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품이 지구촌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개발된 CDMA 이동전화·휴대인터넷·DMB 등 각종 융·복합 서비스가 세계 무대에 진출해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각국이 앞다퉈 우리의 IT신화를 벤치마킹하고 배우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제는 IT혁명의 신화를 더욱 튼튼한 반석에 올려 놓아야 할 때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글로벌 경쟁의 심화로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T산업의 경쟁력이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IT코리아에 대한 경쟁국가의 견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발굴은 요원해 보이는데 IT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으며, 높은 청년 실업률과 만성적인 이공계 기피 현상은 IT산업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국가출연연구소나 기업 R&D 부문에 몸담고 있는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의 사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런 요인들이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위협하는 변수가 될 것입니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기를 다지고 우리 자신을 혁신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희망의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습니다. 세계인이 경탄해 마지않는 IT혁명의 원동력인 도전정신과 창의력에 다시 불을 지펴 글로벌 기업과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진정한 승부를 벌이는 망망대해로 나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이나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은 우리의 새로운 출발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 선명히 보여줍니다. 실추된 연구윤리와 기업윤리를 복원하고 성과에만 집착하는 조급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IT와 과학분야 인재양성에 나서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공계 기피현상과 과학기술 경시 풍조를 타파할 때 비로소 희망의 불씨가 들불처럼 번져 나갈 것입니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의 확보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공감대도 필요합니다. 기업 규제완화나 기초 및 원천기술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더 이상 구두선이 돼서는 안 됩니다. 기업인과 연구자들이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만들어줄 때 우리에게 승산이 있습니다.

 소모적인 논쟁도 이제는 지양해야 합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과거의 시스템과 제도에 안주해야 합니까. 한미 FTA 체결 등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은 우리에게 가혹할 정도로 개방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 간 영역 다툼이나 이해집단 간 이해의 충돌로 미래지향적 정책들이나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정책결정시스템을 개선하고 통·방융합, 콘텐츠 산업육성, 남북경협 문제 등 현안에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미래를 향해서도 시야를 활짝 열어놓아야 합니다. 최근 일본·중국·인도 등 국가가 경쟁적으로 달 탐사 계획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내년에야 첫 우주인을 배출합니다. 방심하면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릅니다. 비단 우주개발분야뿐 아니라 생명공학·나노공학 등 신천지에 빨리 눈을 돌려야 합니다.

 꿈을 향해, 그리고 미래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전자신문이 맨 앞에 서겠습니다. 미래와 꿈을 위해 필요하다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이 같은 노력이 창간 25주년을 맞은 전자신문이 독자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거듭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새로운 25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하겠습니다.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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