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커지는 국가 간 정보격차가 국제 사회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정보를 가진 이와 갖지 못한 이의 격차가 날로 깊어져 21세기형 불평등을 낳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의 인구 1000명당 컴퓨터 대수가 311.2대에 달하지만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는 7.5대에 불과하다. 아프가니스탄 등 서남아시아는 2.9대로 가장 빈곤한 IT 환경에 시름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대 해외 원조를 지렛대로 삼아 한국 전쟁의 고통을 헤쳐나왔다. 그러나 5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앞선 IT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정보격차해소 첨병으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디지털 한류 씨앗’을 퍼뜨리는 코리안을 만났다.
◇송종욱=“입사할 회사(삼성전자)의 사회 환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IT 봉사 동아리 활동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송종욱씨(26·한양대 전자전기공학부)는 겸손한데다 능력(전공)까지 갖춘 IT 민간 외교사절이다. 송씨는 “가정 형편상 학원 강사를 해야 했는데, 어느 날 보수를 받지 않고 야학에 나가는 친구를 본 뒤 봉사라는 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후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중국·터키 등 국내외 정보화 교육 봉사현장을 두루 섭렵했다. 지난 2004년 여름, 옌볜과학기술대 학생들과 함께 봉사하는 손길이 닿기 힘들고 낙후된 중국 서북지역에 찾아가 컴퓨터 기본 교육과 포토숍 등을 가르쳤다. 올해에는 아예 친구인 김준룡씨(26·중앙대 컴퓨터공학과)와 의기 투합해 팀을 구성,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이 파견하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으로 활동했다. 송씨는 ‘마우스 클릭하는 법’으로부터 ‘전자우편 보내는 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컴퓨터 사용법을 그림(사진)으로 보여주는 외국인을 위한 교육용 매뉴얼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봉사활동에 열정을 담았다.
송씨는 특히 국내외 컴퓨터 교육 봉사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교육생들의 고장난 PC를 원격으로 수리해주는 등 모범적인 디지털 봉사활동 사례를 보여줬다. 그는 오는 12월 말 삼성전자 기술총괄센터(소프트웨어부문)에 입사한 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IT 교육봉사활동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임오규 =“첨단 IT 인프라를 활용해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해외 100여 파트너에 서비스하면서 커가는 CJ GLS와 함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임오규 CJ GLS 아시아 사장(45)은 IT를 사업에 접목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산시키는 개척자다. 삼성전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임 사장은 지난 95년 삼성전자 동남아본부 물류팀장으로 싱가포르에 건너왔다. 이후 90년대 후반 싱가포르의 3자 물류 업체이자 현 CJ GLS 아시아의 전신인 어코드익스프레스홀딩스(AEH)에 합류하면서 그의 IT 역량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고객사·항공사·부두시스템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유기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웹 기반 글로벌로지스틱스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것.
임 사장은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에 세계 어디를 가든 인터넷만 있으면 화물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화주들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우리나라의 첨단 IT 지식과 노하우를 사업에 연결·구현한 것이다.
임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AEH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고 싱가포르 정부가 주는 △비즈니스 어워드 최고 기업상 △50대 기업상 △최고 성장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CJ GLS가 대표를 맡고 있던 AEH를 인수하면서 CJ GLS 아시아 사장과 CJ GLS 본사 공동대표까지 맡았다.
“물류는 단순히 물건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생산·판매하는 모든 과정에 들어 있다”는 임 사장의 말처럼 ‘그의 모든 움직임 안에 디지털 한류’가 묻어 있다.
◇최민지=“아쉬웠어요! 기간이 길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
최민지씨(20·한국외대 터키어과)는 IT 강국 이미지를 세계에 전할 미래 대한민국 젊은이의 본보기다. 최씨는 지난 8월 한 달여 동안 여름 방학을 이용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으로 활동하며 가슴 깊은 곳에 ‘아쉬움’을 품고 돌아왔다. ‘형제(카르데시)의 나라’에서 온 젊은이를 친구·누나·동생·딸이자 컴퓨터 선생님으로 대하는 터키 사람들과 교류하며 봉사하는 마음을 새로 가다듬게 된 것.
“말이 통하는 곳(터키)이어서 더욱 정이 많이 든 것 같아요.”
최씨가 활동한 이스탄불 시슬리 지역의 ‘터키·한국문화교류협회’에 마련된 컴퓨터 교육장의 설비는 PC 5대에 불과했다. 또 터키어를 지원하는 자판이 없어 한국어·영어·터키어로 가로막힌 장벽을 넘기 위해 손짓발짓을 동원해야 했는데, 최씨는 터키어를 전공한 까닭에 큰 시름을 덜 수 있었다. 말이 통하다 보니 정도 듬뿍 들었던 것이다.
이렇듯 열악한 교육환경에도 터키 청소년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터키가 경제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는 있다지만 개인적으로 PC를 살 만큼 여유롭지 않은데다 월 200달러 안팎의 사설 컴퓨터 교육비용조차 마련하기가 어려운 가정이 많았기 때문.
최씨는 지난 5월부터 1개월여 동안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에서 인터넷 사용법 등을 가르친 것을 계기로 봉사활동의 보람을 알았다. 특히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경험으로 “언제든 다시 해외 봉사를 나가겠다”는 마음을 가슴에 새기게 됐다.
◇김정수=“정부와 준정부기관(산하기관)이 하는 일 외에 모든 것을 합니다.”
김정수 한국무역협회 싱가포르 지부장(48)은 한·싱가포르 기업 간 IT 산업분야 교류증진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동남아·서남아·호주·뉴질랜드를 관할하는 무역협회 싱가포르 지부를 직접 만들었다. 관할국가 간 무역을 증진하고 국제협력을 도모하며, 회원사의 동남아·서남아 시장을 개척을 도와줄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김 지부장은 싱가포르에서 정부나 준정부기관이 포괄하지 못하는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IT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기술(BT)·물류 등과 관련한 한·싱가포르 기관 간 파트너십을 구축해주고 무역관련 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지원해준다. 그의 영어는 고급 영어로 정평이 났다. 그가 구사하는 영어가 공식·비공식 업무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88년 서올림픽에서 영어통역팀장을 맡았을 정도로 유창한데다 무역협회에 입사한 이후 줄곧 국제통상업무를 맡아 노하우를 다진 터라 업무 능력이 배가됐다.
김 지부장은 또 무역협회 산하 무역아카데미 IT 마스터과정을 마친 졸업생을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지역 기업에 소개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싱가포르 기업 간 전자상거래, 게임 등 IT 산업분야 교류증진과 협력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오는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5차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이용해 디지털 한류가 싱가포르로 흐르도록 물길을 틀 태세다.
◇구희성=“카이로에 ‘은경’과 ‘향기’가 있죠.”
이집트 대학생 민나 나집씨와 아부르 오파즈씨의 한국식 이름은 ‘은경’과 ‘향기’이다. 민나 나집씨와 아부르 오파즈씨는 한국이 좋아 한국어를 배우고 한글로 이메일을 보내며, 아예 이름까지 한글식으로 지었다. 구희성씨(27·순천대 일반대학원 컴퓨터공학전공)씨가 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여름 피크(PEAK, 피라미드 오브 이집트·아리랑 오브 코리아)라는 카이로 IT 봉사팀(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을 통해서다. 구씨는 윤채은(24·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 근로자 상담원), 조영선(24·전남대 통계학과), 박수진(22·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씨 등과 함께 팀을 구성해 한 달여 동안 카이로에서 정보화 교육 활동을 했다.
“지난해 방글라데시에 IT 정보화 교육 봉사활동을 갔을 때 시골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어린이의 초롱초롱한 눈을 잊지 못해요.”
그 초롱한 눈과 마주쳤던 게 구씨로 하여금 봉사하는 기회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만들었다. 전남 광양 정보화마을에 찾아가 고장난 PC를 고쳐주고 사용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을 찾는다는 소식에 석사 2년차로 한창 바쁜 것도 잊은 채 이집트로 날아갔다.
구희성씨는 “자신에 봉사하는 것, 자신에 열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를 모르던 사람들이 ‘엑셀’로 가계부를 만들어 와 자랑하고 ‘파워포인트’로 숙제를 하는 게 큰 보람이었다”고 카이로 봉사활동을 회상했다. 카이로의 ‘은경’(민나 나집)과 ‘향기’(아부르 오파즈)로부터 IT코리아의 미래가 움트고 있다. 주문정·이은용기자@전자신문, mjjoo·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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