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였던 정보통신부의 이동통신 요금 인하 방안이 19일 공개됐다. 생색내기라는 소비자단체의 비판이나 후발사업자의 불만이 예상되나 어쨌든 한숨은 돌렸다. 몇 달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온 이통사 관계자나 정통부 담당자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이번 이동통신 요금 인하도 결국 과거의 형태를 답습했다. 실제로는 더 나빠졌다. 시장에 맡기겠다던 정통부의 약속은 ‘빈말’이 됐다. 신임 장관이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공언했지만 같은날 청와대 한마디에 기조가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시민단체와 국회·청와대까지 나서서 압력을 넣고 정통부는 이를 수용해 사업자에 인하 약속을 받아낸 꼴이다. 그래 놓고 발표할 때에는 사업자가 알아서 할 일이며 들고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따위의 발언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이날 브리핑에 그대로 드러났다. 장관, 국장, 팀장할 것 없이 “사업자가 인하할 의사가 있다고 알려왔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했다. 전날 국무회의 보고가 연기된 것도 17일 저녁 청와대가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빚어졌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누가 봐도 외압과 행정지도로 만들어진 정책이다. 10년 동안 나쁜 관행을 깨자고 그렇게 주장했지만 결국 고치지 못했다. 되레 더 나쁜 선례만 만들었다. 이전 요금 인하에 청와대 의중이 실린 적이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챙긴 적은 없었다. 그러면서 숨기고 열심히 포장하는 기술만 늘어났다. 시장에 맡기라고 반발하면서도 은근슬쩍 끌려가는 듯 실속을 챙긴 사업자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는 민생을 챙겼다는 명분을 얻었다. 시민단체는 우리가 주장해 이만큼 따냈다고 치적을 내세울 게 뻔하다. 정통부는 사업자 자율로 요금 인하를 했다며 생색을 낼 것이다. 사업자는 앞에서는 요금 인하 효과를, 뒤로는 매출보전을 위한 주판알을 튕길 것이다. 모두 다 잃은 게 없으니 윈윈인가. 2007년 통신요금 인하는 한편의 ‘쇼’였다. 그러나 잘 짜여진 쇼가 아닌 엉성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어 1, 2년 뒤에 또다시 공연을 재개할 게 뻔하다. 요금이 내려간 줄 알고 통화량을 늘린 소비자가 요금이 비싸다며 또 한 번 불만을 터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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