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반독점 MS 다음은 애플”

 ‘MS 다음 차례는 애플.’

 유럽법원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을 적용한 EU집행위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판을 내놓은 이후, 집행위의 다음 먹잇감으로 ‘애플’이 거론되고 있다. 본지 9월 18일자 2면 참조

 19일 컴퓨터월드는 네덜란드 출신의 넬리 크뢰스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이끄는 EU집행위 반독점국이 이미 애플을 비롯해 인텔·퀄컴·램버스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상당 부분 혐의 사실을 확인해 법적 조치를 준비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집행위의 반독점 조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애플과 구글·인텔 등이 이번 판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집행위가 핵심기술을 경쟁업체들에 공개토록 시장 지배적사업자들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허버트 호벤캠프 미국 아이오와 법대 교수(반독점법 전공)는 컴퓨터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유럽법원의 결정으로 EU집행위의 다음 행보에 힘이 실리게 됐다”며 “다음 조사대상이 될 업체에는 이번 판결 자체가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특히 EU의 다음 조사 대상은 ‘애플’에 정조준 돼있다는 게 외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U는 애플 아이튠스의 요금구조와 구매제한 조항 등이 EU실정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미 지난 4월 EU는 애플과 애플의 4대 제휴 음반사인 EMI·소니BMG·워너뮤직·유니버설뮤직 등에 반대의견서(SO)를 보냈다.

 SO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디지털음악 구매처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돼 있다. 각국 버전의 아이튠스는 오직 그 나라에 사는 소비자만이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우리가 증거없이 애플을 조사하고 있진 않다”고 말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크뢰스 위원은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과 애플 등 미국계 IT업체로의 조사 확산을 연결짓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녀는 “우리도 그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이번 판결로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업체는 MS, 단 한군데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MS의 생각은 다르다. 브래드 스미스 MS 법률 고문은 17일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애플은 디지털음악 시장의 점유율이 70%가 넘는다. 아이튠스는 인터넷 음원시장의 절대강자다. 아이팟 역시 MP3플레이어 분야서 따라올 적수가 없다”며 애플 역시 EU의 잣대서 보면 반독점법을 위반한 업체라는 얘기다.

현재 애플은 두가지 요금 차별책을 쓰고 있다. 하나는 특정국내에서의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 디지털음악을 내려받는 요금을 대폭 낮춰버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국가별 경제수준이나 구매력에 따른 차별 전략이다. 예컨대 똑같은 곡이라도 독일의 서비스 요금이 포르투갈서 내려받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이에 대해 호벤캠프 교수는 “이같은 전략은 대체로 적법하나, 이를 경쟁의 씨를 말려버리려는 데 활용했다면 곧바로 법적 조치에 들어간다는 게 EU 측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SO에 따르면 위법 행위가 인정되면 애플은 전 세계 순익의 10%를 과징금으로 내야한다. 19일 현재 애플은 집행위 측 반박 답변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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