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SK텔레콤의 ‘망 내 할인’ 방안을 허용함에 따라 이동통신 선·후발 사업자 간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지난 수년간 보조금에만 매달렸던 이통시장이 요금 경쟁 체제로 질적 전환할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19일 정책설명회를 열어 “가급적 사업자 자율을 존중하되, 같은 회사 가입자 간 통화요금 할인을 원칙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며 “SK텔레콤의 안은 요금(기본료)을 2500원 올리면서 망 내 할인을 50% 해주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유 장관은 특히 “특정 회사(SK텔레콤)의 할인상품 출시가 다른 사업자(KTF·LG텔레콤)의 요금 인하로 이어져 이동전화시장에서 경쟁적 요금 인하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 장관은 이와 함께 “청와대 민생 태스크포스(TF)팀과 협의해 국민이 체감할 사회적 약자의 이동전화요금 부담 경감대책을 마련했다”며 “망 내 할인을 제외하고 (요금 부담 경감 대책으로 전체 요금의) 2∼3%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용·조인혜기자@전자신문, eylee@
<뉴스의 눈>
정통부는 망 내 할인을 5년 만에 부활시키면서 수조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수반한 보조금 경쟁을 지양해 요금 인하로 돌리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요금 경쟁으로 가면 단말기 등 관련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크고 인하 효과도 단시간에 나타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통부는 SK텔레콤 쏠림현상 같은 부작용도 있지만 가입자를 묶어두는 효과 때문에 마케팅비가 줄어들어 요금 인하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도 “망 내 할인이 처음 언급됐을 때부터 마케팅비를 줄이고 이를 다시 요금 경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점이 효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KTF와 LG텔레콤은 망 내 할인이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에만 유리한 제도라며 이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몰꼬가 터진 이상 어떤 형태로든 대응이 불가피하다. 할인 폭이 SK텔레콤보다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원치 않지만 망 내 할인을 해야 한다면 SK텔레콤보다 더 많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어 공격적인 할인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LG텔레콤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같이 망 내 할인으로 약진한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망 내 할인으로 마케팅비를 절감해도 이것이 요금 인하로 반드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요금 인하 여력이 생긴다는 개연성이 있을 뿐 이를 강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마케팅비 절감과 ‘가입자 잠금’ 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익에 손상이 간다면 망 내 할인 요금제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규 투자보다 기존 투자 비용 회수를 극대화하려는 쪽으로 가면 전체 IT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망 내 할인을 3사 모두 보편화하고 할인 폭이 갈수록 커지면 요금 구조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사업자가 복잡한 요금제를 한 자릿수 이내로 단순화하는 대신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 요금을 비싸게 매기는 이른바 ‘선진국형 요금 체계’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