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T상생의 방향

 지난 2분기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에서 노키아는 2위부터 4위 업체의 판매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1억대 이상을 팔았다. 이러한 노키아의 힘은 무엇보다 울루테크노파크에 있는 300여개 통신관련 전문 중소기업과 기술 지식 파트너로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운영한 데서 나온 것이다. 핀란드 경제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핀란드 GDP의 약 22%(2006년 기준)로 핀란드의 경제성장은 노키아의 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키아에서는 중소업체와의 갈등이나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는 여론도 없다고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놓고 소프트웨어업계와 IT서비스업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갈등을 보이는 우리업계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정·관·산·학계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보통신부는 정부 발주 공공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제도, 소프트웨어 분리발주제 등 중소 소프트웨어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오는 쪽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고 다른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와 시장의 경쟁원리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부를 창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은 약자를 축출하고 소수의 강자를 위한 잔치로 끝날 수 있다. 그렇다고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은 단순히 가진 것을 나눠 가지는 것만으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은 더 넓은 글로벌 시장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비전을 만들고 소프트웨어기업은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인도의 대표적인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기업은 상생협력으로 지난 5년간 40%의 고도성장을 하면서도 매출액 대비 20%대의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우수한 대학,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외국어 구사능력, 저임금,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우수한 인적네트워크와 탁월한 기업가 정신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망과 무선 초고속인터넷가입자, 디지털 기회지수 세계 1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보기기를 잘 다루는 역동적인 사용자가 있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적용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유무선 정보통신 인프라를 혁신하고 지능형교통체계(ITS)·광대역 통합망(BcN)·GIS·홈네트워크·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유비쿼터스 기술을 융·복합시켜 모든 일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유비쿼터스 도시는 대·중소 IT기업이 협력하고 공존하는 생태계로 적합하다.

 통합적인 설계역량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 통합과 운영은 대기업이 맡고 도로상황 인식과 전달, 날씨정보, e메일 및 인터넷 정보검색이 가능하도록 하는 요소기술을 가진 업체와 RFID·USN·상황인식기술 등 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전문업체와 협력을 모색해야 새로운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다.

 상생협력은 각자 갖고 있는 핵심역량을 결합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둬야 지속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및 컨버전스 기술과 서비스는 대기업이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량 있는 중소기업과 협력해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에서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실력 있는 기업이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성장을 해야 IT산업이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윤석경 SK C&C 사장 President@skc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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