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동병상련

 베트남 정글에서 베트콩의 무차별 사격에도 마치 총알을 피해가며 기관총을 갈겨대는 람보는 ‘팍스 아메리카’의 상징이었다. 그 계보를 이은 근육질의 대명사가 아놀드 슈워제네거다. 람보나 로키 역을 맡았던 실베스타 스텔론이 포르노 배우 출신의 단순 무식형이라면 슈워제네거는 미국의 명문 케네디가의 사위로 레이건에 이은 두 번째 배우 출신 캘리포니아 주지사다.

 얼마 전 외신은 슈워제네거가 청소년들에게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법률이 위헌이라는 연방법원의 결정에 강력히 항의하며 “우리는 이러한 부적절한 영화나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또 ‘과거 폭력 영화의 단골 주연이었던 그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슈워제네거가 출연한 영화는 토탈 리콜, 마지막 액션 히어로, 트루 라이즈 등 폭력 일색이었다. 그는 토탈 리콜에서는 지구 식민지 화성의 책임자인 코하겐을 응징하고, 대표작 터미네이터에서는 기계인간 T-1000에 맞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빈다.

 자신의 처지나 주변 상황이 아무리 바뀔지언정 철학까지 변하면 안 된다. 한때 스크린에서 폭력 영화의 히어로로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고 또한 이를 기반으로 주지사 자리에까지 오른 슈워제네거다. 그러나 입장이 바뀌어 결국 자신의 ‘화려한 과거’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불량식품’이었음을 고백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지금 온나라가 신정아 학력 파문으로 뜨겁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PD연합회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앞으로 기자들과는 얘기하지 않고 PD들과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한데 불과 보름도 안 된 지난 11일 청와대 기자실을 직접 찾아 “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무너져 당황스럽고 힘들다”고 밝혔다.

 측근들의 비리로 기자와 상대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다 어쩔 수 없이 기자들 앞에 서야만 하는 노 대통령의 처지도 슈워제네거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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