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사업은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어왔다. 윤종용 부회장의 애착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IMF 직후부터 뼈아픈 구조조정을 거쳤고, 올초에는 사업총괄에서 윤 부회장 직속의 ‘사업부’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올들어 달라진 모습이다. 혹자는 ‘윤종용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혹독한 단련을 거친 결과물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당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두가지다. 신제품 개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최신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올들어 평균 제품 개발 기간을 종전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또 생활가전사업부 내 ‘선행개발팀’을 신설, 미래 생활가전 시장에 대한 앞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에너지·물소비량·소음 등을 대폭 줄이고 미국의 가옥구조에 적합한 드럼세탁기 신제품을 출시,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선보인 것도 이런 배경이다.
또한 내수시장에서는 에어컨이 사상 최대의 특수를 누리면서 생활가전 사업 전반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덕분에 삼성전자 생활가전은 지난 1분기부터 기사회생,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다 먼 미래 생활가전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완벽한 품질의 제품 출시 △표준화·모듈화를 통한 원가 혁신 △최고 인재 확보를 당면 과제로 추진중이다. 북미 시장에서 히트를 기록한 양문형 냉장고의 사례에서 보듯, 철저한 품질이 보장된 제품은 팔리기 마련이다.
최도철 개발팀장(전무)은 “당장 점유율 확대도 중요하지만 똑 부러진 제품 하나가 전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서 “품질만 보장되면 나머지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표준화·모듈화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숙제다. 가뜩이나 마진이 박한 생활가전 시장에서 해외 생산거점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시장 발전추세를 정확히 읽어내는 핵심 인력들의 ‘지적 순발력’은 가장 큰 자산일 수밖에 없다. 최 전무는 “결국 장기 생존의 열쇠는 사람에게 있다”면서 “이들 세가지 숙제는 지금부터 향후 25년간 유효한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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