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허염, 1년만에 팹리스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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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그 중에서도 전력용 파워 반도체는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선진 반도체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척박한 한국 아날로그 팹리스 산업계에서 성공 사례를 일궈보겠다는 각오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반도체산업계의 산증인 허염(55) 사장이 돌아왔다. 종합전자업체·종합반도체업체(IDM) 등에서 고위임원 및 CEO를 역임한 허염 사장이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팹리스업체인 실리콘마이터스를 차리고 일선에 복귀했다. 매그나칩반도체 CEO직을 그만둔 지 1년 만에 컴백이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실리콘+마이티(Mighty)+US의 합성어로, 실리콘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미 지난 2월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가, 올해 4분기 쯤에는 첫 제품이 출시될 것입니다.”

허 사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아날로그 전력관리칩 분야를 선택했다. 처음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길고 경쟁이 심하지 않은 만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구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아직 국내 팹리스업계에서는 제대로 시도되지 못한 분야여서, 도전에 따른 성취감도 그 만큼 클 것이라는 심리도 작용했다.

“아날로그 전력관리 칩을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는 없습니다. 따라서 순수하게 해외 선진업체들과의 경쟁인 셈입니다. TI·맥심·리니어 테크놀로지·내셔널 세미콘덕터(NS) 등이 장악해 온 이 시장에서 국산화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

실리콘마이터스는 휴대폰·MP3·PMP·PDA·내비게이션 등 휴대기기와 대형 TFT LCD 패널 등에 사용되는 전력관리 칩이 핵심 품목이다. 허 사장은 지난 2월 회사 설립을 결심한 이후 전력관리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국내외 전문 설계인력들을 한두명씩 힘겹게 영입했다. 특히 해외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내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디자인 센터)을 설립할 예정이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포트폴리오에는 메모리와 디지털 시스템반도체만 포함돼 있고 아날로그 부분이 빠져 있는데, 디지털 SoC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칩과 디지털칩이 개발 초기부터 서로 결합돼야 합니다.”

허 사장은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희국 LG전자 사장·송문섭 전 팬택앤큐리텔 사장 등과 함께 IT분야의 스탠포드 인맥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매그나칩반도체 등에서 임원 및 CEO를 두루 역임한 국내반도체업계의 몇 안되는 핵심 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과연 아날로그 팹리스의 불모지인 한국 땅에서 새로운 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 지, 실리콘마이터스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사진=윤성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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