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제작 기획시대) 관객 수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 1980년 5월 광주에 사무친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아픔’이 스크린을 통해 21세기 관객 가슴에 되살아난 것.
본디 영화라는 게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갈래 감상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지만 ‘5·18과 8·15가 헷갈리는’ 두 젊은이에 많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댓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 “아무리 군인들이 명령에 죽고 살지만 형제와 같은 자기 동포에게 총을 겨눠서 무차별 사격을 하는 이것(영화 속 장면)은 허구가 너무 치나치다”며 “픽션도 아니고 차라리 코미디”라는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의 발언에도 네티즌 간 설전이 이어졌다.
‘어찌하다가 우리 국민이 이토록 역사를 알지 못하고, 진실을 외면하게 됐는지’를 탄식하는 이로부터 ‘광주에 갔던 진압군도 피해자’라는 안타까움까지 인터넷을 물들였다.
인터넷을 달군 댓글 공방의 한 축에 육군 20사단도 있다. 이 부대는 80년 5월 21일부터 29일까지 광주에서 이른바 ‘충정작전’을 수행했다. 이 작전에는 총(M16)과 함께 물푸레나무나 박달나무 진을 뺀 뒤 물로 삶아 말려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진 ‘충정봉’이 쓰였다. ‘충정(忠情)’이란, 충성스럽고 참된 정. 대게 그 말에 애국 애족하는 마음이 담긴다. 그러나 80년 5월 ‘충정작전’에서는 총탄과 ‘충정봉’이 엉뚱한 방향으로 내리박혔다.
그로부터 9년 뒤인 89년 5월, 한 젊은이가 20사단에 입대했다. 이후 그 젊은이는 여름 뙤약볕을 벗 삼아 ‘충정봉’을 들고 소요진압 훈련을 했다. 때로는 땅바닥에 ‘충정봉’을 ‘ㅣ’자로 내려놓은 뒤 그 위에 깍지를 낀 채 느릿한 “하나, 둘” 구령에 맞춰 팔굽혀펴기를 해야 했다. 그 고통 사이로 들려오던 선임하사의 말, “너 같은 X들 때문에 20사단이 광주에 가서 사람 죽이고 욕 먹었다!” 하지만 그 장본인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들끼리 다퉜다.
그렇게 광주의 고통은 국토 어디에나로 퍼졌고, 영화와 인터넷을 통해 현재로 이어졌다. 미래는? 진정한 ‘충정’에서 열린 공간(인터넷)으로 나와 ‘역사 올바로 세우기’에 나서는 네티즌의 몫이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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