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실험이 불가능한 초기 우주의 빅뱅 연구부터 자동차 설계까지 슈퍼컴퓨터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 같은 고성능 컴퓨팅의 위력을 가장 먼저 인식한 국가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 세계 최초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며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기반으로 현재까지 세계 슈퍼컴퓨터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991년 고성능컴퓨팅법을 제정했고 이어 1990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걸쳐 차세대인터넷연구법, 고성능컴퓨팅부흥법, 에너지부 첨단컴퓨팅부흥법 등을 차례로 제정해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다양한 국가 슈퍼컴퓨팅 사업의 결과를 집대성해 과학 및 공학자의 연구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미국 과학재단(NSF)에 고성능컴퓨팅 전담부서(OCI, Office of Cyberinfrastructure)를 설치하고, 현재 사이버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십(CIP : Cyberinfrastructure Partnership)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CIP는 슈퍼컴퓨터는 물론 첨단 실험장비, 대규모 데이터, 가시화 장비 등을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기술과 연구자 간의 상호협력을 증진시키는 기술 개발, 이들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되는 첨단 사이버인프라 환경 구축 및 구축된 환경의 활용을 촉진해 미국의 전 사회계층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슈퍼컴퓨터 제조국인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국가의 지원을 받아 슈퍼컴퓨터를 개발, 자국 위주로 사용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2년 미국의 슈퍼컴퓨터를 제치고 지구 시뮬레이터 컴퓨터를 개발해 전세계 슈퍼컴퓨팅 성능 1위를 차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1위, 세계에서 3위의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으며 ‘페타플롭스급(1초에 1000조번 연산) 성능의 슈퍼컴퓨터’ 개발을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06∼2010)’의 10대 기술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일본은 여기에서 선정된 10대 기간 기술을 국가전략과제로 선정해 앞으로 10년 이내에 슈퍼컴퓨팅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릴 계획으로 현재 예산과 인력을 집중 배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아메리카와 아시아를 대표하는 슈퍼컴퓨팅 강국이라면 유럽의 슈퍼컴퓨팅 강국은 영국이다. 영국은 ‘e-사이언스’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나라다. 영국은 경험론의 나라답게 슈퍼컴퓨팅의 응용분야 역시 의료와 항공 등 실제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 역시 국가 차원에서 슈퍼컴퓨팅 연구를 지원한다. 영국 과학기술청(OST)이 연구지원을 주관하며 무역산업부(DTI)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50여개의 연구분야에서 사이버 연구환경을 구축하고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일본-영국으로 이어지는 이 삼각 구도에 최근 도전장을 내민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슈퍼컴퓨팅 수준은 세계 4∼6위권이다. 미국의 주요 전략기술의 공산권 국가에 대한 수출규제 때문에 중국은 모든 슈퍼컴퓨팅 연구를 자체적으로 해냈다.
이미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팅 연구 수준을 앞지른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권에서 슈퍼컴퓨팅 1위로 나설 가능성이 큰 다크호스다. 최근 발표된 ‘중국 중장기 과학기술 계획’에 따르면 국가 차원의 고성능컴퓨팅 공동활용 환경을 구축, 다수의 슈퍼컴퓨터 사이트를 연동할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기고-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슈퍼컴퓨팅
:한스 베르너 모이어(독일 만하임대 교수 겸 Top500 공동대표)
세계 슈퍼컴퓨터 연구계의 가장 큰 이슈는 페타스케일 컴퓨팅(Peta Scale), 멀티코어(multi-core)와 녹색 컴퓨팅(green computing) 등이다.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IBM 블루진(BlueGene)/L 시스템은 13만개의 CPU로 이루어졌고 최대 이론 성능으로 367테라플롭스, 즉 1초에 367조번의 실수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슈퍼컴퓨터 Top500의 순위를 보면 컴퓨터업계의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하고 있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을 실감할 수 있다.
여러 개의 CPU 코어를 하나의 칩에 집적한 장치인 멀티코어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인텔이다.
인텔의 우드크레스트(Woodcrest) 프로세서는 Top500 슈퍼컴퓨터 프로세서들 중 42%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인텔은 80개의 코어를 가진 CPU로 1테라플롭스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10년 전만 해도 같은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1만개의 펜티엄 프로세서와 180㎡의 공간이 필요했다.
이른바 슈퍼컴퓨터의 분야에도 1∼2년 정도의 일정주기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아직도 건재하면서 컴퓨터 성능의 고도화를 이끌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 종합적인 순위로 볼 때 슈퍼컴퓨터 업계에서 1위 기업은 역시 IBM이다. HP가 최근 들어 급속히 순위에 진입하고 있지만 성능면에서는 IBM의 자리를 뺏지는 못하고 있다. 또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창업주이자 최고의 엔지니어인 앤디 벡톨샤임이 현업으로 복귀한 만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곧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요즘 고성능컴퓨팅 HPC 연구에서도 환경 문제, 즉 그린 컴퓨팅이 대두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엄청나게 넓은 장소와 냉각에만 수만 와트의 전력소모가 필요했던 과거의 슈퍼컴퓨터를 손톱만한 크기의 CPU로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CPU의 전력소비는 단지 60와트에 불과하다.
최근 유럽 각국은 HPC와 응용분야에서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HPC 아시아 콘퍼런스가 아시아권 국가들의 슈퍼컴퓨팅 연구에서 중요한 협력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 올 6월 독일 드레스텐에서 열린 ISC는 자동차 세션을 함께 개최했다. 자동차 강국인 개최국 독일의 특성을 살리려는 시도였는데 참가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HPC 아시아 컨퍼런스 역시 이 같은 특화 노력을 기울이길 기대한다.
hans.meuer@supercomp.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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