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케이블TV 가입자로부터 받는 수신료 규모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한다.
지난 1995년 방송을 시작한 이래 12년 만에 수신료 1조원 달성이라는 고지에 첫발을 디디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전국 각 지역 SO의 수신료를 모두 합한 것이기 때문에 1개 SO당 수신료 수입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SO의 한 달 평균 가입자당 매출(ARPU)이 5000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여전히 국내 케이블업계가 취약한 산업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같은 제약 요인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수입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있는 일이다. 우선 케이블TV가 지상파디지털방송·DMB·위성방송 등 온갖 매체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방송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다채널 다매체 서비스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단순히 방송 서비스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보급에도 일익을 담당, 통신과 방송의 융합화 시대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해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케이블TV업계의 공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만일 케이블TV가 없었다면 보편적 서비스 성격이 강한 지상파방송의 난시청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며, 과거 중계유선사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저작권 침해나 지상파방송의 자의적 편집행위 등 문제는 난마처럼 얽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했을 것이다. 결국 수신료 1조원 돌파는 그동안 케이블TV업계가 방송과 통신 시장에서 확보한 영향력과 성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가 케이블TV업계의 미래를 담보해 주지 못한다는 데 케이블TV업계의 깊은 고민이 있다. 위성방송·DMB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의 등장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앞으로 IPTV 등 더 큰 파괴력이 예상되는 통방 융합 서비스가 등장해도 현재의 위치를 고수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케이블TV수신료 1조원 돌파가 케이블 업계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케이블TV가입자의 입맛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과거의 가입자가 아니다. 다채널의 혜택을 어느 정도 누렸고 통신과 방송의 융합 서비스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다. 이런 가입자를 상대로 채널 편성부터 전송로의 품질문제까지 제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주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초고속 통신 서비스 시장은 경쟁심화와 시장 포화로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IPTV 등의 신규 서비스가 유효 사거리 내에 들어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마음이 바쁘겠지만 찬찬히 매듭을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높아지는 가입자의 눈높이에 맞춰 고품질 디지털 전송로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HD서비스의 확대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IPTV의 본격 서비스에 대비하기 위해서 몸집 불리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케이블업계가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배려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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