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품, 소비자는 냉담

 친환경 경영이 글로벌 기업의 당면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소비자는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열린 IFA 전시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친환경 제품은 전력 효율을 개선했지만 가전 제품이 커지면서 절대 전력 소모량이 더 늘어나는 등 실제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지나치게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FA 전시회에서 유럽 최대 가전 메이커인 필립스는 자체 인증을 통해 ‘그린 로고’를 각 제품에 부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점을 부각했다. 세계 최대 태양 전지판(솔라셀) 생산업체인 샤프전자도 신형 LCD TV에 첨단 친환경 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선보였다. 후지쯔-지멘스 역시 ‘스칼레오’라는 그린 PC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력 효율 향상은 물론, 할로겐프리 주기판을 내장하고 무소음 기능도 탑재해 올 가을 출시하겠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 이같은 ‘그린 제품’에 적잖은 거부감까지 나타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시회에 HD TV 구입차 들린 전기 엔지니어 리차드 리(35)씨는 인터뷰에서 “일본 제품을 좋아할 뿐, 그린 기능 탑재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각 업체는 모든 그린 제품은 전력 소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고는 하나, 해마다 경쟁적으로 커지고 있는 가전 제품의 크기 때문에 절대 전력 소모량은 점점 더 늘어 지구온난화의 또 다른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곱잖은 시각이다.

 기타 오디오 프로세서를 구경하러 나왔다는 프랭크 슈미츠(23)씨는 환경 보호를 외치는 업체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간다는 입장이다. 슈미츠 씨는 “초대형 TV화면을 통해 녹아내리고 있는 북극의 빙하를 실감나게 보여주더라”면서 “하지만 그렇게 덩치 큰 TV제품 자체가 바로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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