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블로그 페스티벌에 거는 기대와 우려

 다양한 분야의 블로거가 오프라인에서 한꺼번에 만나는 ‘블로거 페스티벌’이 추진된다. 네이버·다음 등 대형 포털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뿐만 아니라 설치형 블로그를 이용해 여러 메타블로그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블로거도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애초 1만명 정도가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했다가 현실성을 고려해 수천명으로 규모를 줄였지만 여전히 대규모 행사다.

 포스팅은 자주 하지 않지만 일단 블로그를 가진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단순한 오프라인 모임을 넘어 다양한 강연·튜토리얼·강연회 등이 열린다니 벌써부터 구체적인 일정이 기다려진다. 많은 국내 블로거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축제, 문화제가 실패한 것을 보면서 블로거 페스티벌에 대한 우려도 생긴다. 첫째는 행사가 상업적으로만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포털이나 후원 기업은 참가자를 광고나 서비스 확산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 기업더러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말라는 게 아니다. 포털이나 블로그 업체는 당연히 이번 축제를 자사 서비스의 장점을 홍보하고 사용자를 결속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상술이 지나쳐 블로거에게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상인의 호객행위 때문에 시민이 외면한다는 ‘언양 벚꽃축제’처럼 돼서는 곤란하다.

 또 하나는 프로그램 내실이다. 여러 행사가 열린다지만 그것이 천편일률적인 이벤트·발표회·강연 등으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 특히 요새 오프라인 블로거 모임의 주류 형태가 된 토론회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위험하다. 토론회는 참가자의 열정·지식·의도에 따라 참가자에게 주는 만족감의 편차가 매우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축제니만큼 참가자 모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줘야 한다. 그래야 참가자가 다음 행사를 스스로 기다리게 된다.

 사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수천명이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는 건 월드컵 응원 때 말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만큼 블로거 페스티벌은 아직도 좁은 영역에서 머무르고 있는 블로고스피어에 큰 기회이자 모험이다. 성공한다면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표출되는 블로그 문화가 활성화되겠지만 블로거의 외면을 받는다면 블로고스피어의 파편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대성공을 거둔 블로거 페스티벌이 2회, 3회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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