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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가 고래를 먹었다고 하는데 절대 아닙니다. SGI코리아는 이하이스로 흡수·통합되면서 비로서 국내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술의 SGI와 영업의 이하이스가 만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달 중순 국내 IT업계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세계적인 그래픽 솔루션업체 SGI의 한국법인을 국내 총판업체(이하이스)가 인수한 것. 지분 관계가 없는 외국 총판업체에 모든 상표 사용과 기업을 대표하는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단연 화제거리가 됐다.
이하이스 김남욱 사장(53)은 항간에 떠도는 ‘이하이스, SGI로 흡수’ 소문을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연간 30억∼40억원 매출을 올리면서 사실상 지난해부터는 휴면 상태였던 SGI코리아를 작지만 강한 이하이스가 인수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사장은 최근 이하이스 주주들과 상의해 통합법인의 사명을 ‘이하이스SGI’로 지었다. 이하이스SGI는 내달 5일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발족된다.
“과거 SGI가 잘 나갈 때 국내 매출이 연간 400억∼500억원이었어요. 저는 그러나 앞으로 매출 신장보다는 SGI의 기술력을 발판으로 고객에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키워 볼 작정입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포부는 그의 경력을 들여다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는 84년부터 94년까지 10년 동안 삼보컴퓨터의 중흥을 이끈 영업의 달인이었다. “84년 삼보로 와보니 월 매출이 불과 2억∼3억원 밖에 안되더군요. 정말 젊은 혈기로 열심히 뛰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매출이 수백억원인 회사가 됐습니다.”
상무 시절 삼보컴퓨터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다 누르고 국내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이후 엘렉스컴퓨터로 옮긴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사장 시절 엘렉스컴퓨터는 애플컴퓨터 수입 1억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회사 규모도 두배 이상 키웠다. 이후 TG인포넷(현 퓨쳐인포넷) 사장을 거쳐 창업한 이하이스도 작지만 업계에선 강한 조직으로 손꼽힌다.
“이하이스는 SGI코리아 총판으로 성장했지만 오토데스크(기계 분야 CAD 및 협업 솔루션 업체) 총판 및 자체 ‘도면보안관리솔루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매출 110억원 중 절반 이상을 자체 사업으로만 올렸습니다.”
직원들은 김 사장에 대해 “일단 목표 달성없이 넘어가는 일이 없는 분”이라며 “개인적인 역할보다 팀 워크를 굉장히 강조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하이스SGI는 앞으로 외자 유치와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자본금 규모를 현재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확대하고 조직 규모도 늘릴 계획입니다. 과거 미디어 시장에서의 SGI 명성을 되찾고 이어 HPC·스토리지·서버 등 관련 사업도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김 사장이 내비치는 이하이스SGI의 비전과 계획이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