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영국 런던, 그리고 중국 선전. 이들 3개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좀 엉뚱한 질문이라 답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이들 도시가 모두 감시 카메라를 도시 행정의 핵심부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뉴욕·런던·선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어떤 도시보다 많은 숫자의 감시 카메라를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런던의 가로등·지하철에는 테러예방 차원에서 수많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사설기관에서 운용하는 감시 카메라까지 합치면 가히 세계 제1의 감시 카메라 도시라는 평가에 손색이 없다. 뉴욕도 별로 뒤지지 않는다. 9·11 이후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웬만한 공공시설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여기다 최근 뉴욕 경찰은 자동차 번호판을 감시하기 위해 맨해턴 중심에 100여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말까지 시내에 설치된 3000여대의 감시 카메라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다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런던과 뉴욕은 테러방지와 인권침해라는 양자택일의 갈림길에서 테러방지라는 명분을 선택했다. 쓰레기통 찾기가 어렵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선전은 사정이 좀 다르다. 테러방지보다는 범죄예방 목적이 더 크다.
다크호스 선전은 런던과 뉴욕을 앞지르는 감시 카메라의 천국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선전시에는 현재 사설을 포함해 대략 18만여 대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데 최근 선전시 공안 당국이 2만대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기 때문이다. 단순히 감시 카메라만 설치하는게 아니다. 주민들에게 IC칩을 내장한 전자주민카드를 발급, 감시 카메라와 연동하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자 첨단 기술의 개가다.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범죄자나 이상 행동자의 디지털 영상은 얼굴인식 소프트웨어로 자동 분석, 공안에 실시간으로 통보된다.
감시 카메라와 시스템적으로 연동되는 전자주민카드에는 소지자의 이름·직업·학력·종교·민족·범죄기록·의료보험·2세 정보 등 각종 신상정보가 담길 예정이다. 향후 신용상태·교통카드·소액결제 등 기능까지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단다. 개인신상에 관한 각종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감시 카메라가 주민들의 이동상황을 24시간 파악한다니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런 비판적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선전시는 최근 미국 IT기업인 차이나 퍼블릭시큐리티 테크놀로지사를 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총 3억9천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데, 중국 정부는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향후 중국 660여 도시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중국답다.
이쯤에서 선전시가 꿈같은 계획을 세운 속내가 궁금해진다. 중국의 인권상황을 고깝게 보는 외부 인사들은 선전시가 첨단 시스템을 단지 범죄예방만을 위해 도입한다고 믿지 않는다. 노동운동이나 반정부 시위 등까지 염두해두고 있다는 혐의를 둔다. 선전시는 경제특구 지정 이후 농촌지역이나 인근 도시로부터 1천만명을 넘는 이주민들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원주민은 187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외지인이 늘어나면서 치안불안 우려는 자꾸만 높아지고 주민들의 이념 지향도 바뀔 수 있다. 자연스럽게 감시 카메라와 전자주민카드 제도가 효과적인 주민 통제 수단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뉴욕·런던·선전의 사례는 전세계 도시들이 안고 있는 고민의 일단을 잘 드러내준다. 정도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빅브라더가 되겠다는 권력의 유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길수 논설위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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