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경협기업, 장수위한 지원책 절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변화 유도에서 남북경협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경협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기업의 눈으로 속내를 들여다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투자자금 조달부터 방북문제 그리고 통행·통관과 판로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더군다나 남북경협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몸으로 부대끼는 아픔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남북경협의 물꼬가 트인 지 20여년이 다 돼 가지만 경협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중소기업이 거의 없다. 중소기업의 남북경협 평균수명이 3년을 넘기지 못하고,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 역시 ‘0’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델로 추진되고 있는 개성공단은 작금의 어려운 국내외 경영환경을 헤쳐나갈 블루오션으로, 중소기업들에는 ‘희망의 등불’과도 같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의 사업성과를 토대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개성공단 미래발전 청사진과 실현방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부터 하루빨리 해결해 줘야 한다. 내 공장 내 사업장인데도 내 마음대로 못 가는 현실 탓에 현장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방북과 통행 관련 ‘통과절차’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금쪽 같은 시간을 버리기 일쑤다. 자재반출과 완제품 반입은 또 어떤가. 통관횟수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긴급한 물품임에도 사전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통관이 안 된다. 자금조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초기에 토지를 분양받아 공장을 짓고 설비를 갖추느라 어느새 자금은 바닥난다. 이를 극복하고 막상 공장을 돌리려 하면 이번에는 턱없이 부족한 운전자금이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고 대출을 받으려 해도 담보가 여의치 않다. 그나마 시범단지 입주업체는 우량업체이면서 정책적 지원으로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다. 문제는 본 단지 분양을 받고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 입주 확정 업체들이다. 기존의 시범단지 지원책보다 자금지원 한도는 축소됐고, 지원비율도 낮으며 담보인정 범위 역시 줄어들어 보증서 발급도 쉽지 않다. 기존의 지원제도가 그대로 시행될 줄 알고 분양받은 업체들은 계획대로 공장을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전략물자 문제에 묶여, 생산성 제고차원의 설비 하나도 제대로 투입할 수 없는데다 바세나르 협정으로 상품 수출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가 본격화되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소지가 크다.

 그렇다고, 주어진 여건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과감한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 남북경협사업이 안정적인 단계에 이르기까지 벤처기업 육성책처럼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육성시책의 지원대상에 개성공단 입주업체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자금지원도 남북협력기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정책자금을 통해 입주기업의 자금조달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 개성공단도 문제거니와 평양 내륙지역 진출기업들의 어려움은 말 그대로 ‘고사 직전’에 놓여 있다. 내륙지역 기업을 위한 인프라 및 자금지원과 기술전수 그리고 유휴설비 이전·경협컨설팅 시행 등 남북경협이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하루빨리 입안, 시행해야 할 것이다.

 또 어려운 생산 환경에서 만든 남북경협 제품의 판로안정 및 확장 측면에서 경협제품에 대한 정부나 관공서에서의 우선 구매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앞으로 남북경협 사업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 발전해나감으로써 부딪치는 문제도 많아질 것이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기관 또한 무엇보다 절실하다. 따라서 개성공단 사업을 비롯한 남북경협사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반관반민 형태의 남북경협진흥공단(가칭)과 같은 조직을 만들 필요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조봉현/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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