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IT산업 종사자 간 소통이 활발하다. 이들은 주로 ‘언컨퍼런스’라고 불리는 방법을 사용해 모인다. ‘언컨퍼런스’는 미리 강의자를 정하지 않고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이 관심사를 발표하거나 토론하는 방식의 행사다. 누군가 ‘우리 이날 모여서 얘기 한번 해 보자’고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 공지하면 참가자가 당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정하고 스스로 행사를 진행한다. 올 초 스마트플레이스가 주최했던 IT난상토론회나 지난달 열렸던 바캠프, 이달 초 열렸던 P캠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모임에 빠지지 않는 주제는 우리나라 IT, 특히 SW 개발 현실에 대한 불만이다. 이들은 개발자가 창조적인 작업을 하지 못하고 단순한 코딩 작업만 반복해야 하는 현실로 인한 자괴감, 서비스 기획자와 개발자 간의 의사소통 부재로 일어나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의 손실 등을 성토했다. 개발자를 단순 소모품으로 생각해 이른바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야근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열악한 업무환경도 단골 소재다.
행사 참석자는 격렬한 토론을 거쳐 이런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답이나 개선점을 얻어서 돌아간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분야 종사자의 업무에 이해도를 높인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가장 활발히 논의하는 공간이 바캠프나 P캠프와 같은 비공식적인 행사라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기업의 공식적인 루트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IT 종사자의 고민거리가 조금씩이나마 풀리고 서로 간 이해의 기반이 넓어진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언컨퍼런스 행사가 즐거운 이유는 분명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에서 IT 종사자의 고민을 논의할 수 있는 장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사내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래야만 다른 직종 간 이해를 드높인다는 행사의 당초 취지도 더욱 살아날 것이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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