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CEO의 여름나기

 지겨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되면서 게임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휴가 계획 잡기에 분주하다.

게임 개발과 신작 서비스로 땀을 빼며 휴가를 대신하는 ‘워크홀릭형’이 있는가하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는 ‘가화만사성형’이 많다. 또 특별한 휴가기간을 잡지 않고, 틈나는 대로 영화관을 찾아 피서와 감동을 함께 즐기는 낭만파들도 있다.

당초 공표됐던 ‘아이온’의 1차 비공개테스트 일정을 연기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이번 여름도 일에 파묻혀 지낼 작정을 했다. 그러면서도 1주일에 영화 1편 감상이라는 일상의 룰은 꼭 지키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본 영화중에는 ‘초속 5센티미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벚꽃이 지는 장면에선 눈을 뗄 수 없었다는 것.

회사이름 엔씨(NC)소프트에 담긴 ‘영화 그 다음(Next Cinema)’을 펼쳐 보이기 위해선 게임 만큼이나 영화를 잘 알아야 된다는 김 사장 다운 휴가법이다.

게임산업협회장과 회사 대표를 겸하고 있는 권준모 넥슨 대표는 한달전 일찌감치 휴가를 다녀왔다. 분주한 시간을 비켜, 가족들과 단촐한 여행을 즐긴 권 대표는 밀려드는 스케줄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오는 31일 게임업계 CEO 교류회 등 빡빡한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만 한빛소프트 회장은 지난주 자녀들을 유학 보낸 호주에서 휴가를 즐겼다. 휴가기간 중에도 현지 온라인게임시장을 둘러보는 등 왕성한 ‘일 욕심’을 자랑했다는 후문. 게임업계 CEO들 중에는 김 회장 처럼 비즈니스와 2,3일 휴가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일렉트로닉아츠(EA)와의 협력, 기업분할 등으로 지난 상반기 동안 눈코 뜰새 없는 시간을 보낸 최관호 네오위즈게임즈 대표는 이번 여름 잠시 짬을 내, 딸에게 ‘아빠로서의 시간’을 내줄 계획이다. 대표 선임 뒤 항상 (늦게 퇴근하고 일찍 출근해)잠자는 모습만을 보아온 딸에게 잠시라도 눈을 맞춰주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신작을 잇따라 쏟아내놓고 있는 정영종 CJ인터넷 대표는 개인적 휴가 일정은 취소하고, 대신 봉사활동으로 더위를 이겨낸다는 계획이다. 해비타트 사랑의집짓기 등 참가 가능한 봉사활동 일정을 주변에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오는 9월 필생의 작품인 ‘헉슬리’를 공개할 예정인 김남주 웹젠 사장은 ‘휴가’란 것을 포기한 지 오래다. 개발실 컴퓨터앞에서 게임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는 것이 그에겐 유일한 피서법이다. 그에겐 계속되는 영업 적자를 돌려세우는 것이 휴가 보다 더 절실해 보인다.

권이형 엠게임 대표는 앞으로 예정된 일본이나 중국 출장에 가족들을 데려가, 기간을 연장해 자연스럽게 짧은 해외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이한창 윈디소프트 사장은 서울 근교 한적한 곳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짧지만 소중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애처가이자 친구같은 아빠로 소문이 자자한 이 사장은 가족으로부터 침체된 회사 상황을 턴어라운드시킬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생각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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