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가 대선토론회 룰을 바꾼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일반 국민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대선주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이들의 답변을 생중계하는 형식의 대선토론회가 23일(현지시각) 개최됐다.
이른바 ‘웹2.0 대선토론회의 시초’로 불리는 이번 행사는 UCC사이트 유튜브와 케이블채널 CNN이 공동 주관해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공개토론회를 지상중계한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힐러리 클린턴과 배럭 오바마·존 에드워즈 등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8명이 나와 2시간여 동안 쏟아진 네티즌의 질문공세에 대응해 정견을 펼쳤다.
뉴욕타임스·포브스·시애틀타임스 등 미 주요 외신은 IT(정보기술)가 대선토론회의 기존 틀을 바꿈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선 판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소식을 앞다퉈 비중 있게 보도했다.
토론회를 앞두고 유튜브에는 예비후보의 이념이나 정치철학, 이라크전 파병, 다르푸르 사태, 동성애자 혼인, 의료보험, 애완동물 복지 등 다양한 현안과 관련한 2000여개 질문 동영상이 폭주했다. CNN은 질문을 선별해 각 후보에게 한 질문당 30초의 답변시간을 배정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아랍국가의 여성 차별 관습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신이 만나 본 아랍 지도층은 편협하지 않았다며 문화적 차이를 강조했으며 오바마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부시 정권과 달리 북한·이란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데니스 쿠치니치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거짓말’에 근거한 전쟁에 미국인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전 지지입장을 밝혔던 클린턴 의원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 밖에 토론회에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닭 분장을 한 남자나 5살짜리 어린이가 보낸 질문 동영상 역시 토론회 중계방송에 등장해 새로운 시도의 흔적을 보여줬다.
유튜브에서는 토론회 내용을 둘러싸고 실시간 토론이 벌어졌으며 네티즌이 후보의 발언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시애틀타임스는 “유튜브, 대선토론회 룰을 바꾸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CNN·유튜브 토론회가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 대신 ‘누구나 참여한다’는 유튜브 정신을 받아들임으로써 대선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스티브 그로브 유튜브 뉴스·정치 에디터는 “CNN·유튜브 토론회는 지금까지 개최된 어떤 대선토론회보다 민주적으로 진행됐다”며 “대선주자는 지금 새로운 방식으로 미국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있다”고 자찬했다.
한편, 공화당 역시 오는 9월17일 유튜브 대선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