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추락하는 모토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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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2월 모토로라 안팎을 들썩이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휴대폰 부문을 총괄해오던 론 게리크 부사장이 사임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게리크는 한때 모토로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에드 잰더의 후계자로까지 거론된 인물. 특히 그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 빅히트를 기록한 ‘레이저’를 선보이면서 모토로라의 제2 황금기를 이끈 당사자기에 충격은 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게리크가 레이저를 크게 히트시켰지만 3세대 휴대폰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입지가 예전만 못하고 경영진들과 책임을 놓고 마찰을 빚어 왔다는 점에서 놀랄 일이 아니라는 식이었다.

 그 후 5개월. 모토로라는 또 다시 참담한 실적을 내놓았다. 그동안 경영진 교체를 주장해온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이사회 진입은 잘 방어했지만 이젠 아이칸이 아니라 투자자들로부터 CEO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드 잰더 모토로라 CEO는 ‘헬로 모토(Moto)’ 대신 작별을 고하게 될 것인가.

 ◇실적이 어떻기에=모토로라는 지난 2분기 28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판매 부진으로 2분기 연속 기록한 적자였다. 수익성을 높이겠다며 추진 중인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을 포함하면 영업 손실액은 3800만달러로 늘어난다.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19% 줄었지만 손실이 크다. 모토로라는 작년 2분기 13억8000만달러의 순익을 거뒀다.

 회사 측은 휴대폰 판매량이 40%나 감소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며 모토로라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22%에서 13.5%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로써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 휴대폰 업체의 자리를 고수하던 모토로라는 삼성전자에 밀려 3위로 밀려났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그러나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힘 받는 교체설=휴대폰 부문을 총괄하던 론 게리크 부사장이 사업의 부진을 책임지고 사임을 한 후 또다시 실적악화가 이어지자 이제 비난의 화살은 에드 잰더 CEO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모토로라 최고위층이 실적 부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칼 아이칸의 연초 초 주장이 오히려 정확했다는 분위기다.

 비즈니스위크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모토로라 이사회가 에드 잰더 CEO의 후임을 물색하기 시작했으며 마이클 D 카펠라스 전 MCI CEO(52)가 유력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모토로라 이사진이 최근 마이클 카펠라스를 만나 스카우트 제안을 했으며 카펠라스가 이를 수락했다는 것이다.

 모토로라 측은 이사회가 현 경영진을 ‘100%’ 신뢰한다며 비즈니스위크의 보도를 즉각 반박했지만 CEO 사임설은 모토로라 주가를 한 때 장중 3% 가까이 끌어올렸다. 현재 카펠라스는 보도를 부인하는 모토로라와 달리 어떤 의견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에드 잰더 ‘굿바이 모토?’=정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모든 상황은 에드 잰더 CEO에 우호적이지 않다. 모토로라는 당초 7월 23일로 예정됐던 연례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9월로 연기했는데,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이사회가 새로운 CEO를 찾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컨설팅 업체 윈트러스트 파이낸셜의 피터 크리스는 “어떤 회사든지 연속적으로 실적이 부진하면 이사회 멤버들이 리더십 쇄신 방안을 한 번쯤은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에드 잰더 CEO가 최소 한 분기 이상은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모닝스타의 존 슬랙 애널리스트는 “휴대폰 사업을 곧바로 턴어라운드 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사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현실적인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에드 잰더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모토로라의 회복 기간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미래를 예측하기 싫다. 또 (예측하는 일에도)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에드 잰더 CEO도 모토로라의 문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인 그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etnews.co.kr 

◆에드 잰더 CEO는?

 에드 잰더 CEO(59)는 보스턴대학경영대학원을 나와 87년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입사한 뒤 12년 만에 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모토로라 CEO로는 지난 2004년 1월에 부임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그는 전형적인 뉴욕 브루클린 스타일이다. 하고 싶은 말을 돌려하지 않고 다소 상대방이 기분 나쁘더라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고 평했다.

 에드 잰더 CEO가 부임할 당시 모토로라는 위성통신 사업인 이리듐 프로젝트의 실패와 ‘스타택’ 이후 히트 모델의 부재로 수 년간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이 눈에 띄일 정도로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2004년 4분기 단일 모델로는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레이저’를 출시하며 모토로라의 부활을 이끌었다.

 에드 잰더 CEO는 당시 모토로라의 회생 비결에 대해 “고객이 제일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라면서 “CEO 취임후 가장 먼저 다시 일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직원들에게 심어줘 가능했다”고 말했다. 현재가 모토로라에 ‘고객 제일’이 다시 필요한 때다.

 좌우명은 ‘성공의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될 때 사업을 과감히 재정비하라’다.

◆모토로라 차세대 전략폰은?

모토로라의 최근 부진은 ‘레이저’를 잇는 전략 상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레이저’ 이후 ‘크레이저’ ‘로커’ 등 신제품을 꾸준히 이어 내보냈지만 ‘레이저의 아류’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을 뿐 기대치가 높아진 시장에 강력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모토로라의 회복 여부는 결국 어떤 휴대폰을 내놓을지에 달렸다. 특히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소진한 이익률을 어떤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회할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기대를 걸고 있는 제품으론 ‘레이저2’와 ‘Z8’이라는 모델이다. 레이저2는 현재 우리나라에도 출시된 제품으로 액정을 폴더 앞뒤 면에 두 개 붙인 제품이다. 폴더를 열지 않고도 동영상·음악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Z8은 에드 잰더 CEO가 지난 5월 ‘미디어 괴물’이라고 부르며 한껏 기대를 걸고 있는 멀티미디어폰이다. 30프레임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으며 최대 32Gb까지 용량 확장이 가능해 ‘영화를 통째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이들 제품의 후속 모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올해 10월 멀티미디어폰 ‘Q900’이라는 제품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4인치 디스플레이에 각종 멀티미디어 파일을 지원하는 휴대형 PC 개념의 휴대폰이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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