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맞은 휴대폰 부품](상)고속성장 시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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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불과 11년 만에 ‘휴대폰 강국, 코리아’라는 별칭을 얻었다.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을 흘려 왔던 부품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공이 컸다. 부품업체들은 휴대폰 제조사와의 환상 호흡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최근 휴대폰 시장환경은 부품업체의 체질개선을 요구한다. ‘애니콜 신화’, ‘CDMA 1등 신화’를 일궈 낸 수 많은 부품업체들의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 새로운 물결이 다가온 것이다. 부품업계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휴대폰 부품 산업의 성장세가 꺽이고 있다. ‘삼성 애니콜 신화’와 ‘LG전자의 CDMA 1위 등극’이라는 영광을 발판으로 고속질주를 해 왔던 부품 산업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10%를 웃도는 글로벌 휴대폰 시장 성장, 국내 휴대폰 제조사의 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부품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영업이익률 두 자리수를 시현하는 기업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지난 2004년 서울반도체, 파워로직스, 아모텍 등 국내 메이저 휴대폰 부품업체 10개사의 영업이익률은 모두 10%을 웃돌았다. 적게는 13.2%(피앤텔), 많게는 32%(코아로직)까지 나왔다. 하지만 2007년 7월말 현재 이 같은 영업이익률은 말 그대로 전설이 되고 있다.

휴대폰 부품업체 B사 관계자는 “2005년을 정점으로 휴대폰 부품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올해 단가인하 압력이 거세지면서 생존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지수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구미 등 지방 사무소를 폐쇄하는 기업이 생겨나는가 하면, 알게 모르게 인적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간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부품업체 간 관계를 규정했던 ‘동반성장론’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단가 책정 등 가격 정책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줄었다. 부품업계는 지난해까지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단가인하 협의가 3개월, 1개월 단위로 축소된 것에 애를 먹고 있다. 사실상 상시단가인하 체계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일부 부품업체 CEO들은 아예 부품 사업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업종에서 사업기회를 엿보고 있다.

올해 글로벌 휴대폰 시장규모는 당초 예상과 달리 11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국내 부품업계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뭘까. 그 중심에는 저가폰이 서 있다.

올 초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 수장을 교체했고, 실제 최지성 사장은 ‘타도 노키아’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저가폰 사업을 강화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휴대폰 중 10만원 미만 제품 비중은 40%를 웃돌았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샤인폰, 프라다폰 등 전략상품으로 삼성전자를 ASP에서 눌렀지만,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저가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품업계가 글로벌 빅5 간 펼치는 가격전쟁의 파편을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가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만회하기 위해 생산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가인하는 기본이고, 저가폰 대응을 위해 대만, 중국 등 원가경쟁력이 높은 저가 부품 채택비율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BYD·리센), 키패드(대만 실리텍), 카메라모듈(라이텍)의 제품을 일부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배터리(BYD), 케이스(DGP) 등 대만 부품 채용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다. 중국 및 대만산 부품의 채용은 또 하나의 단가 인하 압박 카드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는 싸게 만들어 싸게 팔 수 잇는 노키아와 달리 비싸게 만들어 싸게 팔아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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