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목죄는 `중국 부메랑`

 IT분야의 중국발 기술부메랑이 가장 먼저 국내 가전산업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중소 가전업계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마케팅 및 기술 제휴, 합작 공장 설립 등 속속 현지화에 나섰지만 4∼5년이 지난 지금 생존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중소 가전업계의 ‘중국 부메랑’은 한국 및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가격을 무기로 그동안 국내 업체가 장악해 오던 시장도 한순간에 파고들 것으로 예상돼 중소 가전업계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중소 TV 제조업체 A사는 지난해 대형 LCD TV에 들어가는 보드를 개발, 중국업체에 공급하면서 회사를 유지했으나 최근 고객사인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 계약 중단을 통보받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중국 협력체가 높은 납품가격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직접 모듈을 개발할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대표적인 가전업체는 최근 김치냉장고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중소업체에 OEM공급 받았으나 곧 생산시설을 중국에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가 중국 내에서 김치냉장고를 생산하면 김치냉장고가 해외에서 생산되기는 처음이다. 현재 이를 위해 김치냉장고 제조 기술인력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미용기기를 생산업체인 J사는 최근 중국 현지 공장의 철수를 결정했다.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1년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고 2004년부터는 대대적인 증설로 생산기반을 현지로 옮겼으나 이 회사의 기술을 응용한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었다. J사는 현재 중국 공장의 문을 닫는 대신, 국내에 설립하는 것과 함께 제3국행도 고심 중이다.

 전기밥솥업계도 ‘중국 부메랑’에 황색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유수 가전업체가 국내 모 밥솥 제조사와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IH(인덕션히팅) 방식의 전기압력밥솥 기술을 빼돌리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H 방식은 LG전자·삼성전자 등이 내쇼날 등 일본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독자 개발한 기술로, 소형가전사업을 철수하면서 중소업체에 이관한 바 있다.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기업이 국내 업체에 사업 협력을 제안하면서 IH 압력기술의 이전을 요구한 바 있다”면서 “국내 밥솥업체 입장에서는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어 거부하고 협력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업과 협력 중인 국내 기업 관계자는 “일반 밥솥에 대해 중국에 현지 공장을 짓고 공동 금형 개발, 상호 OEM 등의 협력을 맺었지만 IH 압력과 관련해서는 기술이전 계약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지연·김유경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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