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게임업체 IPO효과 외국에 다뺏기나

 국내 온라인게임업체의 기업공개(IPO) 기회가 타 산업군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로 묶여 있다는 지적 속에 외국계 증시관계자들이 잇따라 국내 유망게임업체들에 손짓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경우 발생할 투자금 유입 및 산업 재투자 기회 등을 모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신흥증시인 AIM 관계자는 상장을 준비중인 한국 게임업체 A사를 찾아, 파격적인 우대 조건 등을 제시하며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또 일본의 신규시장인 마더스와 헤라클레스 등도 본사 직원 및 한국 에이전시 관계자들을 또 다른 중견 게임업체인 B, C사에 보내 비슷한 일련의 행보를 벌였다. 또 미국 벤처캐피털회사인 e벤처스 관련 한국 에이전시들도 최근 한국 게임업체들을 물색하고 다니며 투자와 상장이 연계된 제안을 분주히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업계에서는 “외국으로부터는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국내 증시에 상장이 안되는 것은 게임업계에 대한 국내 증시로부터의 지나친 냉대가 아니냐”는 분위기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해외 증시로 내몰리는 격”=게임업계는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심사위원회가 적용하는 형식요건과 질적요건 중 질적요건이 온라인게임업체에게 직접적인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개발사의 경우 2개 이상, 퍼블리셔의 경우 3개 이상의 상용화 게임이 있어야 한다는 질적요건이 사실상의 ‘커트라인’ 처럼 서슬퍼렇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이 수치화돼 상장 당락을 결정하는 질적요건은 다른 업종에는 거의 없는 기준이다.

 한 중견 온라인게임업체 재무담당이사(CFO)는 “당장 새로운 프로젝트 진행과 지속성장을 위해 상장요건이 느슨한 해외 증시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답답한 상태”라며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국내에서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상장을 여유있게 준비해왔던 후발주자는 다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유지비용 높고, 국내 재투자 힘들어=해외증시 상장이 일면 글로벌 전략에서 유리한 선택일 수 있지만, 반대로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개발과 서비스에 집중하기에도 빠듯한 인력과 비용구조에서 해외증시 상장은 유지비용에서부터 한국 업체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현지 조성된 자금인 만큼, 국내 산업에 대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투자가 힘들어질 수 있다. 현지 감독당국과 투자자들의 의지를 모두 고려해야하는 절차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투자자도 자신이 선택한 게임업체에 대한 직접 투자의 기회를 사실상 잃게 되는 꼴이다.

 ◇“중국 게임기업들은 뛰는데”=중국 최대 메신저 QQ닷컴을 바탕으로 게임사업까지 왕성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텐센트는 홍콩 증시에 상장, 외국기업 못지않은 평가를 얻고 있다. 중국 내 선두권 게임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상하이·홍콩·베이징 증시의 내부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게임업체들만 국내에서 조차 대접받지 못하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는 “상용화 성공작을 2개 이상 갖고 있다면, 굳이 상장할 필요도 없다”며 당국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지난 2∼3년 지속돼온 관행에 손질을 가해야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