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오프라인 CD 시장…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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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오프라인 음반가게가 4%만 살아 남은 가운데 이들이 생존차원에서 다양한 종합멀티숍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확보와 음반사와의 재고 공유를 통해 고객이 찾는 제품을 최대한 빨리 공급하는 노력 등이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교보문고의 자회사인 핫 트랙스 음반 매장의 모습.

 홍대 앞에서 가장 오래된 레코드 가게 중 하나인 ‘미화당’. 1982년 생긴 이곳은 한 때 강남, 속초 등지에 다섯 곳의 체인점을 둘 정도로 번창했지만 지금은 홍대와 천호동 2곳에만 체인점을 남겨둔 상태다. 26년째 미화당을 경영해 온 장경희 사장은 3개월 전부터 레코드 가게에서 MP3플레이어, 이어폰 등 소형 음악 기기 및 주변기기를 판매 코너를 열었다. 그는 부업으로 이어폰 전문 판매 쇼핑몰도 운영중이다.

 장 사장은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우리같은 동네 레코드 가게 사장들은 대부분 보험 등 부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간 레코드 가게 생존율 4%=사단법인 한국음반소매상협회(회장 박지현)의 조사에 따르면 1998년 전국 8000여개에 이르렀던 레코드 가게 수가 2005년에는 350개로 줄었다. 10년 새 오프라인 매장의 96%가 문을 닫거나 업종 전환을 한 셈이다.

 음악 소비시장의 중심이 디지털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CD의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과 달리 디지털 음악 시장으로의 전환 초기에 불법 다운로드·스트리밍 서비스가 판쳐 오프라인 시장의 붕괴가 가속화됐다.

 과거 레코드 가게를 운영했다는 백모씨는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손님이 안 오더라”고 말했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CD를 판매하자 오프라인 매장 손님의 발길은 더 뜸해졌다. 이에 장경희 사장처럼 자구책 차원에서 음악 관련 기기를 동시에 파는 레코드 가게가 늘기 시작했다. 멀티 숍으로의 변신을 꾀하자는 것.

 한국음반소매상협회 사무국장이기도 한 장 사장은 “멀티 숍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먹구구 식의 유통질서를 정리하고, 유통 전산화를 이룬다면 지금보다 30% 이상 매출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전산망 구축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연계, 고객과의 접점 찾기 시도=교보문고의 자회사인 핫 트랙스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문정원 마케팅팀장은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음반사와의 재고를 공유해 고객이 찾는 제품을 최대한 빨리 공급하는 게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보문고 온라인과도 연계해 재고를 공동 관리하는 등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신인가수들의 쇼케이스, 팬 사인회 등을 통해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더하고 있다. 핫 트랙스는 현재 전국 13개 교보문고 내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음반유통사인 신나라레코드 역시 신촌, 부산, 대구 등 전국 직영매장을 운영하면서 ‘신나라 e숍’을 동시에 운영하며 인기 가수나 신인 가수의 팬 사인회를 지속적으로 열어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애쓰고 있다.

 ◇CD, LP의 전철 밟을까=오프라인 CD시장이 LP처럼 완전히 사장될 것인가에는 이견이 엇갈린다. 코엑스 몰 내에 있는 한 레코드 가게에서 만난 직장인 박혜영(29)씨는 “CD를 사는 아날로그적 즐거움은 MP3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차츰 CD라는 매체가 사라지겠지만 소장용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연제호(28)씨는 “일본,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CD 시장의 붕괴가 유독 빠른 것 같다”며 “차츰 음악을 듣는 매체가 이동하겠지만 한 시장을 완전히 죽이고 가는 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김태훈 음악산업팀장은 “(음반소매상협회의 주문인) 소형 매장 유통 전산화 문제를 고민했지만 이미 사장되는 시장에 투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이 있어 전면 재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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