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따라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이 지자체 간 과당 수주 경쟁으로 인적·재정적인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국책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투자 비중이 갈수록 늘면서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는 사업신청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지자체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 시범노선을 선정한 데 이어 현재 국제 규모의 테마공원인 로봇랜드 조성 후보지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 안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로봇랜드는 현재 경기·인천·대전·전남 등 10여개 광역 지자체와 경기 안산시·고양시·화성시 등 5개 기초자치단체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강원·대전·대구·제주·충북·광주 등 10여개 지자체가 공모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지자체의 이 같은 관심은 사업을 유치하기만 하면 지역개발과 주민의 삶의 질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후 선거에서도 치적을 드러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지자체장들의 이해타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지역 실정이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따놓고 보자’는 식의 접근 행태로 인해 부작용이 심각하다. 한 예로 최소 2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될 로봇랜드는 국비가 지원되는 설계·건축비 50%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자금은 모두 지자체와 민간투자자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조달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는 과열경쟁에 따른 중복투자와 인적·재정적 낭비를 초래, 최종 사업에서 탈락하게 되면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국책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매칭펀드’ 비중이 전체 사업비의 50% 가까이 커지면서 일부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는 사업 신청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A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지역 실정이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따놓고 보자’는 식으로 무리하게 접근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로봇랜드 유치전에 나서기는 했지만 최소 1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지방비와 민자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선뜻 포기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 지자체 부담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전체 사업비의 10%만 분담토록 해 각 지자체에 기회를 고르게 부여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비 상당액을 지자체에 떠넘기려해 지자체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특정 지자체와의 여건 및 특성을 면밀히 비교 분석해 국가균형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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