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국 브랜드의 함정

 13억의 인구, 세계의 공장, 세계 경제의 블랙홀. 간단한 세 명제만 거론해도 중국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이 밖에 중국을 대변하는 말은 많다. 짝퉁의 천국, 최대 시장 등 거대한 나라 중국을 상징하는 표현은 모두 ‘세계’를 끌어안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증시가 세계 증시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글로벌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부럽기만 하다. 광활한 국토와 셀 수 없는 인구는 탄탄한 내수를 뒷받침한다. 지금은 다소 처지지만 무엇하나 손해볼 게 없는 제조환경은 중국의 엔진이다. 여기에 최고의 상술을 자랑하는 화상들의 활약이 덧붙어 중국은 이제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나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기업도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중국에 가지 않으면 사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이 빈손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만 했다. ‘뒷심 없는 투자는 손해보기에 딱 맞다’는 교훈 정도는 얻었다.

 아이러니는 한국의 투자를 받던 중국이 한국 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최첨단이라는 국내 IT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경은 없다고 하지만 중국기업의 진출은 각별하다. 피부에 와 닿는 중국의 IT는 일단 경계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상식을 깨는 저가 제품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저가’의 위력은 생활의 95%를 중국산으로 물들였다. ‘중국산을 안 썼더니 생활이 안 되더라’는 한 주부의 얘기는 중국의 생활침략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지레 겁부터 먹을 일은 아니다. 적어도 IT 제품에서는 말이다. 의기양양하던 중국산 IT 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니 ‘점유율’이란 단어를 쓰기에 민망할 정도다. 중국 최대의 IT업체 레노버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4.2%로 7위다. 중국의 대표 가전 하이얼은 삼성·LG에 치여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저가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싹쓸이할 것으로 여겼던 중국산 IT의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가의 힘’이 아직은 ‘브랜드의 힘’을 누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가의 ‘중국 브랜드’는 적어도 IT 시장에서 역작용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소비자가 먼저 ‘중국산’을 외면한다. AS에 불안감을 느끼고 품질에 고개를 먼저 젓는다. 중국산 IT가 저가로 치달으면 치달을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단적인 사례가 있다. 얼마 전 선풍기를 하나 샀다. 디자인도 예쁘고 가격도 저렴해 선택했다. 물론 브랜드는 상관하지 않았다. 문제는 집에 와서 열어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 나는 별 생각 없었으나 집사람과 아이들은 중국산이라고 혀부터 끌끌 찼다. 이미 중국산을 한 번 경험해 본 터라 가족들의 반감이 더욱 컸는지 모를 일이다.

 그 일을 겪으면서 글로벌 기업이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브랜드 인지력을 높이려 하는지 다시 한번 이해했다. 산업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브랜드 가치는 더욱 커진다. 하물며 선풍기 하나에도 브랜드와 원산지를 따진다. 앞으로의 기업의 절반은 브랜드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싸구려 한국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을 중국산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따라 올 수는 없다. 또 같이 취급돼서도 안 된다.

 ‘저가의 환영’에 사로잡혀 글로벌 시장에서 버티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지가 주된 IT 상품은 ‘브랜드’가 곧 힘이기 때문이다. 산업과 기업에 왜 역사가 필요한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했다. 선진기업이 고액의 연봉을 주고 브랜드 전문가를 앞다퉈 영입하는 이유를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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