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 방송사업자들이 그간 적극 추진해온 개인용 비디오 녹화장치(PVR·Personal Video Recorder) 도입에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새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선 PVR서비스가 요구되나 별도의 전용 셋톱박스가 필요해 투자대비 수익창출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특히 추진중인 VoD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겹치는 데다 새 대안 제품과 기술의 등장도 PVR 도입을 머뭇거리게 했다. PVR은 방송 프로그램을 셋톱박스 저장 장치에 녹화하고 재생하는 장치로 미국 등지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CJ케이블넷은 최근 PVR 솔루션 및 셋톱박스에 대한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을 지난 4월에 하려했다가 연기했다. 두달이 지난 이달 뒤늦게 발송했지만 업체 선정 시기도 확정하지 않았다. 투자효율 전반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PVR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CJ케이블넷의 한 관계자는 “여러 난제가 산적했지만 가장 큰 게 추가로 셋톱박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PVR서비스를 위해 대당 20만원 정도가 추가돼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라고 밝혔다.
투자도 부담스럽지만 그 효과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우세하다. 케이블 PVR서비스의 바로미터인 다른 플랫폼 사업자의 PVR서비스가 최근 부진하기 대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PVR서비스를 시작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경우 4000명 정도의 가입자 확보에 그쳤다.
케이블사업자들이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VoD서비스와도 상충되는 점도 걸림돌이다.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VoD서비스도 한번 방영한 콘텐츠를 다시 보여주므로 PVR서비스와 유사하다. 사업자들이 VoD서비스에 집중하면서 투자여력이 PVR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TV와 멀티미디어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이 방송 녹화를 지원하는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케이블사업자가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녹화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다.
사업자들은 셋톱박스 보급 문제에 부닥치자 최근 방송사의 서버를 녹화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nPVR을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기존 PVR 서비스와 달리 사업자의 서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저장해 셋톱박스를 추가할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nPVR을 시도한 미국 등지에서 콘텐츠 업체들의 반발로 서비스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사업자들은 “사적 복제와 달리 사업자가 서버를 제공할 경우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이라며 “사업자가 저작권료를 권리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그러나 PVR 서비스가 한계에 다달한 방송사업에 돌파구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포기하기 보다는 시장 환경을 면밀히 점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