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베이스캠프, 정상 정복은 해외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업계가 글로벌시장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북미·유럽·일본 등 선진시장의 초고속인프라 기반과 맞물려 온라인게임시장 규모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 전 한국이 세계 최초로 PC온라인 게임을 상용화시키며 ‘먼지’ 처럼 시작됐던 시장이 오는 2010년엔 200억달러 규모를 내다보는 황금어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쟁을 숨고르기라 불러야 할 만큼 이제부터 정상 공격의 ‘진짜 승부’에 대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10년전 막무가내식으로 해외시장에 덤비고 들었을 때와는 조직, 인력, 투자규모, 접근 방법 모든 면에서 한국도 많은 선진화를 이뤘다.
세계 게임산업 주류 경쟁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짧은 연륜이지만 10년 안팎의 업력속에 해외사업 전문가들이 속속 키워지고, 벌써 발군의 사업력으로 엔씨소프트, 넥슨처럼 한해 수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는 업체도 나왔다.
시장 진출 초반 법인만 설립하면 현지시장에서 모든 것이 자연스레 풀릴 것이란 단견과 근시안적인 접근도 경험을 통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미 NHN, 넥슨 등이 외국 현지주식시장 공개(IPO)를 노릴 정도로 한국 업체의 위상과 격이 높아져 있다.
◇왜 글로벌인가=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지만, 게임산업 또한 글로벌화에 ‘미래’가 달려있다. 4800만명의 전체 국민 중 30% 미만인 한계소비자를 가진 국내시장 만으론 성장을 위한 답이 나올 수도, 계획을 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 내부적 환경과 함께, 전세계 게임시장 산업 전망에서 온라인게임 성장세가 보여주고 있는 놀라는 수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2010년 전세계 게임산업 규모는 800억달러 규모로, 이중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참조>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 게임시장을 떠받쳐 왔던 콘솔게임과 아케이드게임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7%, 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온라인게임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33%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장르별 경쟁에서도 온라인게임은 지난 2004년 콘솔게임의 16%에 불과하던 덩치를 오는 2010년 80% 정도까지 따라잡게 된다.
이러한 온라인게임시장에서 ‘먼저 시작한’ 우리가 밀릴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그 과실을 챙길 경우, 2010년 전체 200억달러 시장 중 30%는 우리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유럽서 승부 걸어야=지난 2000년을 전후해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앞서 온라인게임이란 ‘신천지’를 중국시장에 소개했다. 이후 온라인게임은 2억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중국 게임이용자 시장에서 PC게임과 콘솔게임이 설자리를 잃게 만드는 직접적 원인이 됐다.
한국의 선발 대형 업체는 물론, 중소 전문업체들 게임까지 잇따라 중국에서 흥행신화를 만들면서 중국은 한국 게임산업에 빼놓을 수 없는 전략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블루오션’도 잠깐, 벌써 중국시장의 전세계 온라인게임의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들뜬 시장 분위기와는 별개로 지극히 낮은 유효 가입자 1인당평균매출(ARPU)과 바닥을 기는 위안화 가치 등은 온라인게임시장의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시장메리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 중국 온라인게임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4%대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체 시장규모는 북미시장과 유럽시장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북미·유럽 온라인게임시장은 각각 44억달러, 46억달러 규모로 커지겠지만, 같은 기간 중국시장은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고작 18억달러로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답은 명확해졌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하루빨리 메이저시장인 북미·유럽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북미·유럽시장의 온라인게임 1위 업체가 전세계 온라인게임 최강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시장 구조다.
◇안방에서의 승부도 중요=해외 메이저업체들의 한국 안방시장 전면 공세에 대응해 우리 ‘밥그릇’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단지 한국시장 내부 수요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업체들의 대외 경쟁력과 인지도를 높이는 유력수단이 아직도 한국에 있다는 점이다.
문화적 차이, 트렌드, 흥미 요소 등이 다를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이란 보편적 경쟁 기준에서도 한국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한다면 해외시장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해외 메이저업체들이 제각기 수준 높은 게임을 들고 한국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 어쩌면 한국 온라인게임의 내재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하나 둘씩 놓이기 시작한 징검다리
지난 3월 네오위즈는 명실상부한 세계최대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EA)와 지분투자 및 전략적 제휴 협정을 맺었다. 당장 여론은 네오위즈에 들어오는 EA의 1000억원대 투자 금액이 어떤 성격인가를 놓고 들끓었다. 국내 게임산업 대표 기업중 하나인 네오위즈가 EA에 먹히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분 15%에 매입우선권 4%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시가총액 4400억원(기업분할에 따른 주식매매거래 정지일 기준)인 회사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으로선 네오위즈가 그다지 손해본 딜이 아니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네오위즈는 EA가 보유한 천문학적 가치의 지적재산권(IP)을 공동 활용하는 기회를 얻었다. 글로벌게임시장으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발판이자 날개를 얻은 셈이다. 네오위즈가 EA와 공동개발한 ‘피파온라인’이 한국, 중국에 이어 전세계시장 공략을 눈앞에 두고 있고, 전세계 수천만명이 열광한 1인칭슈팅(FPS)게임 ‘배틀필드’도 네오위즈의 손으로 온라인화 돼 내년 세계시장을 향한 진격을 시작하는 것은 이를 말해준다.
꼭 돈을 많이 들인 게임이라고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 전문 개발사인 T3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해 중국·동남아를 넘어 북미, 일본, 남미 캐주얼게임시장까지 진출한 온라인댄스게임 ‘오디션’이 바로 그것이다. 10억원 안팎의 개발비가 들어간 이 게임은 현재 중국에서만 월 매출 50억원대를 올리고 있고, 하반기 미국과 일본시장에서도 가파른 매출증가세를 예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업체가 ‘이런 게임으로 해외에서 승부가 되겠는가’라고 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와 콘텐츠 만으로 보란듯이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최근 중국 퍼블리셔를 갈아탄 후속작 ‘오디션2’는 몸값으로만 전작의 10배 이상을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 주요 인력의 한국 기업 참여도 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성장 역사를 지켜 본 유력 개발자들이 한국기업을 통해 미래시장에 ‘베팅’하는 것이다.
지난해 넥슨은 EA 출신의 전설적 개발자 알렉스 가든을 자사 캐나다 개발스튜디오의 책임개발자로 영입해 해외 현지 개발 진용을 대폭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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