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어부는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데 보내는 시간보다 그물을 손질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아무리 어선의 엔진이 좋아도 고기 잡는 그물을 제대로 엮어 놓지 않으면 고기가 뚫린 구멍 사이로 도망가 버리기 때문이다.
어부가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손질하는 일처럼 산업 발전을 위한 인력양성과 기술혁신도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일민족으로 반만 년을 살아오면서 형성된 집단의식이나 위계질서, 칸막이 문화를 극복하는 일이 일단 앞서야 한다.
브라질 파라나주의 쿠리티바 테크노파크는 대학과 기업의 공동 연구과제 수행, 지역단위 혁신체계 통합, 기업혁신과 네트워크를 통한 전문인력양성 등 우리의 테크노파크와 비슷한 활동을 한다. 그런데 방법론에서 우리와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곳은 도시 내에 비어 있는 건물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해서 연구소와 첨단기업을 모으고 있으며 인프라보다는 인력양성이나 기술개발 등 소프트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활발한 그물망짜기를 통해 ‘형식’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지방의 대학과 기업을 대상으로 지역산업혁신을 위한 사업이 많이 추진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서 하는 지역산업진흥사업이 대표적인데 대구·경남·부산·광주 등 이른바 올해 4대 지역에만 2286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센터도 만들고 건물도 짓고 장비도 구입해서 R&D도 하고 인력양성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지역을 살리는 것은 인프라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라는 생각으로 확보한 인프라를 잘 엮어 사람과 기술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인프라 사업은 기술혁신과 고급인력 양성으로 지역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화센터와 장비가 아무리 많아도 인재를 잡고 기술을 혁신하기 위한 그물망이 튼튼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지역의 유무한의 자원을 모두 동원한 그물망으로 인재를 낚고 기술을 낚아야 한다. 이것이 준비되지 않고 인력양성을 한다는 것은 어부가 그물을 손보지 않고 고기만 잡으려 하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박동완 한국산업기술재단 지역혁신팀장 parkdowa@kote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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