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환구 창원시 경제국장 heo-hk@hanmail.net

 중소기업을 방문해보면 가장 큰 관심사는 납품처인 대기업의 동향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이전하지는 않는지, 주요 생산품을 단종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아닌지 중소기업은 항상 노심초사다. 이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하나의 대기업에 수직적으로 종속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나의 중소기업이 여러 대기업에 선택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즉 역피라미드형 협력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통해 주요 소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기존 산업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개별 중소기업은 회사의 운명을 대기업이 아닌 스스로의 기술력에 맡길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해가는 동시에 자체 R&D역량을 키워 다양한 납품 수요처를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대기업만 바라보면 중소기업의 미래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R&D에 힘을 기울여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때 미래가 있고 비전도 보인다. 이것이 곧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길이다.

 대기업의 설계도와 생산기술지원에 의존해온 많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볼 때 충분한 연구인력과 장비도 없이 하루아침에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기회가 있다.

 중소기업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일정기간 남의 힘을 빌리는 것도 지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혁신의지를 지닌 중소기업의 지원·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연구 인력과 장비 지원이 가능한 이공계 대학과 국책연구소를 통해 많은 예산을 간접 지원한다. 직접적인 R&D지원사업도 기술분야별로 다양하게 추진 중이다.

 의지는 있지만 당장의 기술혁신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면 아이디어와 핵심 기술을 외부에서, 그것도 경제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산학연관 협력체계 구축에 힘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