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소프트웨어(SW)였다. 1∼2년 전만 해도 그랬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SW였다. SW가 모든 산업의 근간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이런 현상은 일반화됐다. 정부가 SW를 차세대 먹거리로 지정, 육성하겠다고 한 이후의 일이다.
정부는 이어 각종 SW산업 육성책을 내놨다. 지자체도 나섰다. 특화단지도 생겨났다. 기업들도 SW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 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스타기업도 나왔다. 한동안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SW 단일기업 매출 1000억원, 직원 수 1000명 시대도 열었다. 제2, 제3의 스타기업 후보군도 생겨났다.
법·제도도 쏟아졌다. SW산업진흥법을 비롯해 11개의 법률이 개정되거나 제정됐고, 제안서보상 규정 등 10여개 이상의 관련 고시들도 생겨났다. 수출도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SW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13% 증가한 13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이쯤이면 SW산업은 화려한 비상을 예고한 셈이다. 어느 정도 성과도 거뒀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정부에 점수를 줄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개발자’에 대한 얘기가 빠졌다. 기껏해야 인력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뿐이다. 적정한 보상과 처우를 받아야 할 개발자는 뒷전이다.
실제로 SW 개발자들이 받는 임금은 전체 직업군 중에서 하위에 속한다. 대졸 초임이 2000만원 안팎인 상황에서 연봉 1억원대의 SW개발자는 그야말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SW 전문 인력을 채용, 흡수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30인 이하의 소기업에 근무하는 인력이 전체의 87%에 달한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인력은 2%에 불과하다.
HW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다수 IT 업종에서 근무하는 SW인력은 찬밥 신세다. 1∼2년 만에 이직하는 풍토가 일상적이다. 잦은 이직은 곧바로 SW 개발직군에 대한 임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기술 트렌드를 좇다보면 눈코 뜰 새 없다. 야근과 철야도 밥 먹듯 한다. 중소기업의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야근수당이나 철야수당을 받는 개발자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타이트한 개발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른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야 한다.
정년도 타 업종에 비해 빠른 편이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40세 전후면 현업에서 물러나야 한다. 업무의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회사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한 명의 고급 개발자가 10명 혹은 20명의 몫을 할 수도 있지만 노임 단가가 싼 개발자를 여러 명 쓰겠다는 게 일반적인 마인드다.
SW개발직에 대한 대학생들의 선호도도 낮아졌다. 지난 2001년을 정점으로 지난해에는 아예 순위에서 빠져버리는 이변도 생겼다. 3D업종이란 인식과 SW개발 노력에 따른 보상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SW개발직을 기피하고 고품질 전문인력마저 속속 이탈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벌써부터 오는 2010년께면 5000명이 넘는 고급인력의 부족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70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급인력의 부족현상도 마찬가지다.
이쯤되면 SW인력의 공동화 현상을 우려할 시점이 됐다. 인력의 위기는 곧바로 산업의 위기로 이어진다. 분명 SW산업은 위기다. 하지만 해법이 쉽지 않다. 정부의 법·제도와 정책, 임금, 교육시스템, 마인드 변화 등 어느 한 가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온통 SW기업만 있지 개발자는 없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사람’이 SW산업의 경쟁력이다. SW산업은 미래의 성장동력이다. SW산업이 5∼10년 이후의 먹거리 산업이라면, 이제 한 번쯤 SW 개발자의 시각으로 SW환경을 되돌아볼 때도 됐다.
◆박승정 솔루션팀장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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