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로 샌드위치 된 게임강국 한국

 아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게임업계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렉트로닉아츠(EA),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 세계 굴지의 게임업체 군단이 한국시장은 물론 한국 온라인게임업체들이 패권을 장악하던 중국시장까지 파상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북미·유럽시장에서 유력 온라인·모바일게임업체들을 차례로 집어삼킨 세계 게임시장의 ‘공룡’ EA가 이번엔 중국 최대 게임퍼블리셔인 더나인의 지분 15%를 인수, 아시아 게임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킬 태세다. 이미 EA는 지난 3월 한국 네오위즈의 지분 19%(15%+매입우선권 4%)를 인수하며 한국 게임시장 안방까지 진입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주 ‘스타크래프트2’를 서울에서 세계최초로 공개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게임자체의 경쟁력은 물론 △천문학적인 금액의 e스포츠 판권료 검토 △배틀넷 유료화 준비작업 등으로 한국게임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게임산업 정보·기회 다 넘어갈 판=EA가 투자한 업체 더나인은 중국 3위의 게임업체이자 나스닥 상장기업으로서 엔씨소프트의 ‘길드워’, 웹젠의 ‘썬’, 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런던’ 등 내로라 하는 온라인게임의 중국 내 서비스 판권 보유 업체다. 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인기 댄스게임 ‘오디션’의 후속작인 ‘오디션2’의 라이선스를 선점해 놓은 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EA는 투자자로서 한국 온라인게임의 특성, 기술, 이용자 반응 데이터 등은 물론 아시아 게임시장 트렌드와 한국업체들이 준비하는 게임 차기작 정보 등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다. 동시에 EA는 엄연히 공동개발한 축구게임 ‘피파온라인’의 중국 서비스 판권을 더나인에 넘기면서 공동개발업체인 네오위즈에는 전혀 알리지 않는 등 한국 파트너인 네오위즈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31억달러(3조원) 대 3000억원의 싸움=EA의 지난 2005년 연간매출은 31억달러(약 3조원)에 이른 반면 국내 최대업체인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3387억원이었다. 10대1의 싸움이다. 한국 전체 게임시장 규모(9조)의 3분의1을 독식하는 업체와 한국 개별 업체의 싸움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소속된 비벤디게임즈가 지난해 올린 98억400만유로(약 9700억원)의 매출을 거의 혼자서 올리며 덩치를 불려가고 있다.

 게임전문가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콘텐츠경영연구소장)는 “이런 대형 업체들이 일제히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한국게임업계는 초토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한다.

 ◇ 정부 차원 대책 서둘러야=상황이 이런 데도 문화관광부는 여전히 오는 2010년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이란 청사진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외 메이저업체의 파상공세와 중국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일방 규제가 계속될 경우, 3대 게임 강국 진입 불발은 물론이고 온라인게임 3류 국가 전락이 불가피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갖가지 정부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주식시장 진입 장벽을 과감히 낮춰, 실력 있는 중견 업체가 규모의 경쟁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당장 내일이 위협 받고 있는 업계 현실과 가망 없는 미래 비전만 늘어 놓고 있는 정부 사이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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