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고유 영역파괴 바람

 제작과 배급이라는 영역으로 분리돼 오던 영화 산업이 영역파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잇따라 배급시장 진출에 나서는가 하면 배급사들도 자체 제작에 손대면서 이같은 양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영화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는 물론 제작비 절감 등 수익성 확보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는 최근 영화계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력 영화 제작사인 싸이더스FNH, MK픽처스 등이 배급 사업을 이미 진행했거나 계획중이고,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자체 제작 영화를 조만간 개봉할 예정이다. 쇼박스는 제작사를 설립해 직접 제작에 나섰다.

◇제작사들 배급손대=타짜, 이장과 군수 등을 제작한 싸이더스FNH(대표 차승재 김미희)는 막강한 작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직접 배급에 나설 계획이다. 싸이더스FNH 관계자는 “내년부터 직접 배급을 추진할 것”이라며 “당초 올해부터 시작하려 했으나 여러 사정상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MK픽처스(대표 이은)는 2005년 제작 작품인 ‘광식이 동생 광태(감독 김현석)’을 시작으로 직접 배급에 나섰다. 최근에는 ‘극락도 살인사건’도 배급하는 등 제작 뿐 아니라 배급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영화 제작사들이 배급에까지 손을 대는 이유는 수익과 스크린 장악 등 크게 두가지다.

영화 유통 구조상 수익정산 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배급수수료(8∼10%)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원가에서 P&A(프린트 및 광고) 및 순제작비를 계산하기 전에 배급수수료를 먼저 떼기 때문에 배급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배급할 영화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으면 극장 스크린 확보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자체 제작 영화가 흥행 기대작이 아니더라도 다음 작품을 무기로 극장 측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 여기에는 물론 풍부한 작품 제작 능력과 타사 작품을 수급할 만한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배급사들 영향력 확대 모색=배급사들도 자체 제작에 나섰다. CJ엔터테인먼트(대표 김주성)는 다음달 개봉하는 공포 스릴러 ‘검은집(감독 신태라)’을 자체 제작했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대표 김우택)는 지난해 인네트와 공동으로 제작사 ‘모션101(대표 김우택)’를 설립하고, 현재 시나리오 검토중이다.

배급사가 직접 제작에 나서는 것 역시 유통 영역 뿐 아니라 산업의 핵심인 콘텐츠를 직접 생산, 배급에 더해 큰 영향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시네마서비스 이원우 실장은 “배급사들이 자체 제작을 할 경우 배급사로서 지분 참여 없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면서도 “물론 이를 위한 제작 스탭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흥행 실패에 따른 리스크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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