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솔개의 장수 비결

 맹금류인 솔개는 평균 수명이 40년 전후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70년까지 산다고 한다. 이를 위해 솔개는 천형 같은 고통을 감내해 낸다고 한다. 40년 정도가 되면 발톱은 무뎌지고 부리는 길어지며 깃털도 두껍게 자라는 탓에 하늘을 마음껏 비상할 수 없을 뿐더러 먹이 사냥도 힘들어진다.

 솔개는 이때 ‘삶과 죽음’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삶을 선택한 솔개는 산 정상에 둥지를 틀고 혹독한 수행에 들어간다. 우선 바위에 부리를 쪼아 깬 후 빠진 곳에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면 새로운 부리로 무뎌진 발톱을 뽑아낸다. 이어 새로 나온 발톱으로 깃털을 모두 뽑아내면 새 깃털이 돋아난다. 그제야 솔개는 하늘을 마음껏 날다가 지상의 먹이를 비호처럼 낚아채 30년을 더 산다는 것이다. 사실 솔개 장수설은 정확한 생태 연구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이솝 우화’에 가깝다. 이 ‘솔개 장수설’이 시사하는 점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은 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세계에 내세울 만한 유수 기업이 없다. 정부가 90년대 ‘의료기기를 선진 국가 수준으로 높인다(G7 프로젝트)’며 육성에 나섰지만 그때뿐이었다. 당시 정부 지원은 선택과 집중이 아닌 단순 배분에 그쳤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변화를 거부한 채 안주했다. 특히 GE·필립스·지멘스 등의 글로벌 기업과 달리 국내 대기업들은 눈앞에 당장 돈 되는 분야에만 열중했다.

 최근 산업 컨버전스의 급속화로 ‘u헬스 케어’ 분야가 전자·IT 기업에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인텔은 이미 u헬스케어를 신 성장동력으로 판단, 기업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등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때마침 삼성종합기술원이 생화학분석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삼성이 의료산업에서 철수한 지 7년 만에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5년 전 내홍으로 해체된 전자의료기기산업협의회도 지난 11일 재출범했다. 의료기기산업이 40년된 시점에서 모처럼 작은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솔개의 장수설’이 여기서 현실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안수민차장·솔루션팀@전자신문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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