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이어 한·EU, 한중 FTA 등 후속협상을 계속 추진하거나 준비 중이다.
바야흐로 자유무역과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생존전략이 무엇일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지난 4월 타결된 한국과 미국의 FTA 협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은 물론이고 정치·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 체결로 우리 경제가 금방 거덜이라도 날듯이 걱정을 한다. 기술력과 자본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피해를 볼 것이며, 국제자본의 진출이 용이해지면서 국부의 해외유출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반대로 한미 FTA를 통해 상호 교역을 늘리고 양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 관세 등 무역장벽이 사라져 가격 경쟁력이 한층 좋아진 우리제품의 판매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더불어 우리에게 부족한 원자재를 더욱 저렴하게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타 산업분야와는 달리 우리 반도체산업은 지난 1997년 ITA협정(정보기술협정)을 통해 관세장벽이 대부분 철폐됨에 따라 일찍이 기술과 제품의 치열한 국제경쟁체제에 편입돼 생존해 오고 있다.
최근 반도체업계 CEO 몇 사람과 정책담당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해오고 있는 대만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조사하기 위해 대만의 주요 반도체기업 및 연구소, 유관단체 등을 방문한 바 있다.
기술이 부족한 대만의 D램 업계는 선진국 기업과의 제휴전략으로 기술을 확보하면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고,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업계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우리보다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다. 한마디로 대만 반도체는 세계로 열린 개방성을 바탕으로, 세계 반도체 수요의 40%가 넘는 중화권 반도체시장의 뒷받침을 받으면서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때에 FTA는 우리 반도체산업에 새로운 발전의 전환점을 마련해줄 것으로 생각된다.
외국과의 FTA는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변화를 주도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특히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내부자극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식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구조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규제의 선진화를 추구해야 한다. 경쟁 제한적이고 비용 유발적인 각종 규제는 결국 우리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임을 직시하고, 이를 과감히 폐지 또는 완화해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 산업 분야에서의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한 우리제품과 서비스의 세계 일류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세계 일류 상품 및 일류 기업의 수는 바로 국가 경쟁력의 바로미터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FTA의 성공적 정착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과 인력양성의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0년, 20년 후 주요 국가와의 FTA 타결이 우리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한 개방이었고, 결국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빠르게 길러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한미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국회비준 등 산적해 있는 해결과제를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덕영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carliemj@ks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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