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한국의 게임개발자들

최근 게임업계에 터진 소식은 한국 온라인 게임업계 사상 최악이다. 피해액만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엔씨소프트사 핵심기술 유출건 얘기다. 지난 주 경찰이 리니지 게임 핵심기술 유출 관련 수사과정에서 밝힌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자들의 혐의는 이렇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게임 리니지3와 극비 개발 중인 프로젝트 M의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는 것.

 믿고 싶지 않다. 무엇이 개발자들로 하여금 기술 유출을 부추겼을까. 수사결과가 진실을 밝혀 주겠지만 그나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번쯤 게임업체 개발자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면 정부나 업계 그리고 게이머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기술이 유출되면 회사가 흔들린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 저지른 짓이기 때문이다.

 혐의내용이 사실이라면 무엇이 그들에게 한건주의 대형사건의 욕심이 일게 했을지 궁금하다. 리니지를 개발자를 비롯, 이른바 잘 나가는 선발 게임회사에는 ‘성공한 개발자 출신’ 임원들이 개발현장에 남아서 개발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터다. 그동안 우리 게임업계가 압축 성장해 왔고 일부 게임개발자들은 “이제 더는 충분한 성장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서 실장급까지 개입해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일까?

 산업계 현실 속 게임업체의 모습 그리고 게임업체 내 개발자의 입지를 살펴보면 실마리가 잡힐 것도 같다. 분기 매출액 대비 수익률이 제조업이나 IT업체 평균의 몇 배나 넘어서는 게임업체가 속속 등장해도 상장하기 쉽지 않은 게 게임업계의 현실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이들에게 ‘게임산업은 무늬만 미래산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지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다. 여전히 많은 개발자에게 주 80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서비스 날짜에 임박해서는 출퇴근 개념이 없다. 개발자가 여가도 즐기고 육체적으로 편한 관리직을 지향하는 것도 이해못할 바 아니다. 관리직 이직과 동시에 게임개발 시 갖고 있던 이들의 노하우는 사라진다. 한 게임기획자는 이런 식으로 게임개발자들이 30대 초반에 관리직으로 들어서면서 한국게임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한다.

 게임개발자에게 ‘게임개발’이란 그 어느 것보다 멋있고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이었을 게다. 어릴 때 게임을 하다가 동경하던 것이었을 수도 있고, 게임하다가 몰입해 버린 그 세계로 들어가 꿈을 심겠다는 의지의 반영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개발자들의 머릿속에는 당대의 개발자가 들어 있지 않았던가. 그들의 머릿속에서 세계 최초의 RPG 개발자 리차드 게리엇, 슈퍼 마리오를 개발한 미스터 닌텐도 미야모토 시게루, 세계 최초의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이나 버추얼 파이터 등으로 이름을 날린 세가 최고의 보물 스즈키 유, 우리에게 너무나 낯익은 빌 로퍼 등이 자리잡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어느새 초창기 개발자에 비해 치열해진 개발경쟁, 혁신적인 게 나오기 힘든 환경에서 그게 그것인 게임 신작들, 오랫동안 침체를 보이는 게임산업계 환경 속의 인센티브 부재 등도 원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일단 최근 드러난 리니지3 기술 유출자들의 행태를 기술력을 갖췄으되 홀대받았던 기술자들의 한탕주의로 치부해 버리자.

 이번 건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누구도 한국의 미래를 이끌 진정한 보물 가운데 게임 개발자들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게임업계는 이번 건을 계기로 변변한 부존자원이 없는 이 좁은 땅에서 그나마 독창성과 경쟁력을 갖춘 분야인 온라인게임으로 다시 한번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또, 사람 관리의 어려움을 인식하게 된 게임업체 경영자들도 개발자들의 사기진작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재구 콘텐츠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