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 중국, 곤두박질­

 거대한 인구와 무한한 성장 잠재력으로 세계 IT시장에서 주목을 끌어온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7일 최신호에서 휴대폰에서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기술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적응하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는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커녕 글로벌 업체들의 거센 공격으로부터 중국 본토 시장을 지키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라는 것.

한때 전 세계로부터 질시와 부러움이 섞긴 시선을 받던 ‘IT공룡’ 중국이 비틀거리는 이유는 중국 당국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고 기사는 전했다.

◇대표기업들 내수 시장서도 부진=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TCL과 닝보버드는 노키아·모토로라 등에 밀려 최근 내수 시장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ZTE 역시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LCD 업체인 BOE는 수익보전을 위해 일부 자산을 정리하고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태다.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를 꿈꾸던 SMIC와 GSMC는 흑자전환이라는 당면과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5년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한 컴퓨터 업체 레노버는 중국 시장에서는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세계 순위에서는 HP나 델에 한참 뒤쳐져 있다. 1분기 실적이 다소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에이서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지난달 19일 레노버는 유럽과 미국 법인에서 전사 인력의 5% 가량인 1400명을 해고하고 대신 임금이 싼 중국에서 인원을 보충했다.

◇정부 정책이 발목 잡아=중국업체의 부진에는 세계적인 시장 상황도 한 몫을 했다. 세계 LCD 시장은 BOE가 진입한 2004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SMIC는 반도체 분야 업황이 나빠지면서 더욱 수익이 악화돼 올 1분기 900만달러의 수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레노버는 가격 출혈경쟁과 해외 네트워크 부족으로 내수와 수출 시장 양쪽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정책에 있다고 진단했다. 세금 감면이나 융자 정책 등 정부의 투자 촉진책이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세계적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UMC와 TSMC가 자동차로 2∼3시간에 불과한 가까운 거리인 과학집적단지 두 곳에 대부분의 공장을 보유한 것과 달리, 중국의 SMIC는 중국 전역의 5개 도시에 공장을 나누어 신설할 계획이다. 각 성의 지자체들이 저마다 첨단 반도체 시설 유치를 원하자 중앙정부가 호혜성의 원칙에 따라 5개 도시에 골고루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SMIC는 정부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방침을 따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시설이 분산돼 관리 비용이 늘어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경쟁국과 기술 격차 못좁혀=국영기업인 다탕통신기술산업그룹도 정부 정책에 따라 중국식 3G 표준기술 개발을 위해 수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아직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3G 시장 개화가 늦어지면서 그 손실은 화웨이나 ZTE를 비롯해 십여 개가 넘는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대조적으로 정부 지원이 없는 바이두닷컴 등 인터넷 업체들은 구글이나 야후를 제치고 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서플라이의 바이런 우 중국담당 애널리스트는 “대만·한국·일본 등 경쟁국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할수록 기술과 자본이 취약한 중국은 이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만 주재 도이치방크의 프랭크 리 애널리스트는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거대 내수시장과 함께 맘만 먹으면 세계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중국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사진: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온 중국 IT산업이 최근 지나친 정부 규제와 기술, 자본력 부족으로 휘청이고 있다. 반면 인텔·MS·뉴스코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해 중국의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다롄에 반도체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향후 5년 간 2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인텔의 광고판 앞을 한 중국 여성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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