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출신 미디어 황제 ‘루퍼드 머독·사진’이 125년 역사를 가진 미국 ‘다우존스’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는 50억달러에 다우존스를 인수할 의사가 있음을 정식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머독은 다우존스 주식을 한 주당 60달러로 계산해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까지 제시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당 60달러는 지금 다우존스 시가 총액과 비교할때 67%나 가치를 더 평가한 셈이다.
머독 회장은 폭스 채널과 인터뷰에서 “이번 제안은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며 “다우존스의 운영주인 뱅크로프트 가문과 2∼3주 후에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제안은 이미 지난달 18일 다우존스 연례 미팅에 앞서 서면 편지로 전해졌다.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경제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를 가진 다우존스를 인수해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인수 제안에 대해 다우존스 소유주인 ‘뱅크로프트’ 일가는 즉답을 피하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뉴스의 눈
머독의 이번 인수 제안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나는 외부 자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온 미국 미디어 산업의 재편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온라인에 독자층을 잠식당하면서 수익 악화에 시달려온 신문의 재조명이다.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을 만든 머독은 그동안 주로 영국·호주 언론이 관심사였다. 현재 머독이 소유한 미국 언론은 ‘뉴욕포스트’뿐이었다. 실제 WSJ는 이번 제안이 “미국 미디어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다”며 “다우존스뿐 아니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심지어 블룸버그까지 인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이번 딜로 머독 회장은 뉴스코프를 실질적인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브랜드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업계의 위기 탈출 여부도 관심사다. 신문은 최근 수 년 동안 온라인 매체에 밀려 고전해 왔다. 미국 ‘나이트 리더’와 ‘트리뷴’이 주주 압박에 못 이겨 매물로 나오는 등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 제안은 신문산업 위기라는 일부 분석에도 금융·경제뉴스 등 독보성을 가진 오프라인 매체는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인수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뱅크로프트 일가가 거절했다는 보도도 흘러 나오지만 결국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루퍼드 머독이 야망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