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윈윈

 잔인한(?)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따뜻한 햇볕에 봄비가 곁들여지면서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던 가로수도 어느새 녹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노동계는 아직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인 것 같다. 언론노조가 거액의 조합비 횡령과 회계부정 사태의 소용돌이에 빠져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말 316일간의 장기 파업 끝에 단체협약을 체결, 서로 힘을 합쳐 발전을 꾀하기로 했던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지부 사이에도 또다시 껄끄러운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비록 지난해 말 단체협약 과정에서 그간 양측이 제기한 소송 등 노사 간에 발생한 문제를 정리할 만한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지만 화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기로 했었다.

 단체협약 이후 산발적인 제보로 ITEP에는 수시로 감사가 있었고 때로는 경찰 수사까지 있었다.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것도 잠시, 자칫 지루한 대치전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같은 건물에 입주한 산하기관과 협·단체 관계자들도 ITEP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ITEP은 최근 몇 년간 겪어온 노사갈등으로 인해 기관운영과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ITEP이 수행하는 일부 업무는 다른 기관으로 이관되기도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도 파행을 거듭하는 산하기관을 곱게 봐 줄 수 없는 것이 뻔하다.

 한해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자금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ITEP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산하의 과학재단,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과 함께 우리나라 연구개발자금을 평가·관리하는 3대 정부출연기관이다. 이들 기관이 흔들리면 국가 연구개발의 근간이 함께 흔들린다. 비리가 있으면 의당 밝혀내고 조치를 취해야겠지만 국가 연구개발의 미래를 위해 노사가 발전적으로 협력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누가 뭐라 해도 윈윈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에는 국정감사 단골메뉴에서 ITEP이 빠질 수 있는 건전한 조직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주문정차장·정책팀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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