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핵 문제로 특수를 누린 나라는 어쩌면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6자 회담의 중심에서 세계적인 이슈인 북핵 문제를 다루고 남북을 조율하며 정치적 역량을 발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비롯해 석유·건축재 등 북한이 필요한 각종 물품을 독점 공급하는 기회도 얻었다. 더구나 중국의 많은 기업인이 유일한 통로를 활용해 광산개발권이나 상품 수출입 등 북으로부터 많은 사업권을 헐값에 확보하는 새로운 계기도 마련했다.
중국이 북한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간다 해도 우리가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어떤 국제정세 속에서도 북한의 어려움을 껴안고 일을 같이 해왔지만 우리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국민 여론에 밀려 극히 일부 사업만을 지속했을 뿐이다. 국민적인 비난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남북 간 교역을 비롯한 북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걸어 잠그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일본인 납치 문제와 연계, 해결해 보려고 금융제재와 함께 상품의 수출입 금지 등 경제 제재 조치 등을 동원했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은 내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다시 우익정권의 숨겨져 있는 제국주의 야욕이 국제문제로 확대되고 있고 동아시아 신민지 시대의 여성 유린과 성노예 문제에 대해서도 사죄와 보상은커녕 애매모호한 변명과 정당화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결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문명국으로 대접받을 수 없다. 피해 당사국인 북한에 일방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며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이번 북한 핵 위기상황에서 그나마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던 남북경협사업이 대부분 초읽기에 몰릴 만큼 위기를 겪었으며 인도적 지원 역시 아직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남북경협과 관련해 정경분리를 외치지만 아직 남북경협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외에 어떤 사업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남북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가 아직은 미흡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북한 핵 문제로 인한 기다림의 시간이 길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6개월, 1년 이상 시간이 흘렀다면 그동안 추진했던 남북관련 사업은 모두 물거품이 될 뻔했다.
평양지식산업복합단지가 7월 입주를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요한 모델이며 파트너인 연변과학기술대학에도 지난해 R&D 센터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평양지식산업복합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연구소, 기업 유치를 위한 전문 팀이 구성됐고 이미 몇몇 연구소와 기업이 입주를 위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9월 개교를 앞두고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과 관련해선 전기·통신·상하수도는 물론이고 냉난방이 24시간 보장되는 유일한 남북합작 사업지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남북한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국내외 관계가 어려움에 처할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 할 일이 있고 좋으면 좋은 대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무관심과 기다림 속에 엉뚱한 나라가 혜택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3국이 북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하자원이나 주요 항만시설 등에 관한 우리의 권리를 모두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ikea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