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작지만 강한 기업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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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올해로 창업 1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회사는 외형적으로 많이 성장했고 재난관제시스템 분야에서 특성화된 사업을 건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세월을 되돌아보니 이제 막 항구를 떠나 항해를 시작한 듯 짧게만 느껴진다.

 회사 창립 초기에 DGPS를 상용화하기 위해 이동 중인 물체의 위치를 추적하는 시스템 솔루션을 개발하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소방관제시스템이 오늘날의 위니텍을 있게 해 주었다. 관제라는 개념도 생소했던 당시, 우리는 현장에서 업무를 분석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가자’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함께 난관을 헤쳐나갔다. 거의 4년이라는 기간 동안 1년의 절반은 수주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나머지 절반은 개발된 시스템 성능 향상과 안정화 작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기술 고도화와 안정화만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범용적인 일반시장이 아니라 소방관제시스템이라는 특수한 분야의 시장은 형성되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장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이 분야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다음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고, 있던 시장마저 아예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와서 환경오염에 따른 이상 기후와 테러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와 인위재난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통합재난관제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재해나 재난 그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동원해 피해를 예방하고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유비쿼터스와 접목한 재해재난 예방시스템과 대응시스템은 최첨단 도시방재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북미에서는 관제시스템의 일종인 CAD시스템이 하드웨어 중심적 구성으로부터 유연한 소프트웨어에 바탕한 새로운 개념의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절묘한 통합구성이 보다 안정된 관제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요소인 것이다.

 창업 후 10년 동안 통합관제시스템을 우리 주력제품으로 만들어오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흔히들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하지만, 막상 선택해서 집중한 사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을 받기가 어렵다. 변화무쌍한 IT분야에서는 주력사업 분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수많은 유혹이 도사리고 있어 기술의 변화와 시장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벤처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의 우위를 선점했다 하더라도, 시장이 커지게 되면 대기업과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되고 그 와중에서 생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탁월한 기술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중소기업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시장은 정말 쉽게 외면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지금의 대기업도 한때는 정말 작고 보잘 것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

 글로벌화와 함께 다가온 세계 경제시장의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정부는 새로운 산업으로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지식기반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작지만 강한 전문 중소기업들이 육성되지 않고서는 지식을 기반으로 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우리 회사처럼 통합재난관제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술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전문화된 기업이라 하더라도 결국 중소벤처기업의 한계성 때문에 대규모 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21세기 최고의 선진국으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기술력의 우위를 점한 작지만 강한 기업들을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기업들은 기술력만이 미래를 책임져주는 확실한 담보임을 인식해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정부도 이들 전문기업들의 가치를 구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냥 생색을 내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정말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가진 작지만 강한 기업들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수많은 기업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로 향하는 선단을 만들어 거친 파도를 헤치며 거침없이 나아갈 것이다.

◆강은희 위니텍 사장 kang@wini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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