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중국서 만난 한국 게임

 최근 상하이에서 잠시나마 중국 게임업체와 현지 진출 한국 업체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문득 든 생각은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의 중국 프리미엄은 계속될 것인가?’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거의 중국 시장을 휩쓸었던 한국 게임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로 줄었다. 넷이즈 등 중국 게임업체들의 대약진, 미국 WOW의 인기 등에 떠밀린 결과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분위기다. 당장 중국 게임 시장은 우리 게임업계와 정부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세 가지 정도의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요약하면 우리 게임업계의 재충전과 현지 상황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처 노력 등이었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고’라는 자만에 빠진 우리의 게임산업 위상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할 듯싶다. 한 중국 게임업체의 임원은 “한국 게임은 차별성·경쟁력이 있다. 아이디어와 기획이 참신하다”고 말했다. 듣던 대로 우리의 게임은 경쟁력이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같은 회사의 한 젊은 게임 개발자는 “한국 게임은 양은 많은데 질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상하이 외국어대 영어전공자인 그는 게임이 좋아서 개발자가 됐다고 했다. 그의 말이 100%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한국 게임업계 안에서 나돌던 말이기에 아픈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심사 과정에서 많은 심사위원이 “상당수 게임이 그게 그거”라는 의견을 보인 바 있다. 물론 플레이스테이션의 카레이싱 게임보다 월등하다고 생각되는 우리의 카트라이더 같은 게임에서는 오히려 위안을 얻고 있지만 상당수가 그렇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또 다른 숙제는 중국인이 만드는 불법 게임 서비스 서버 차단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다. 현지의 한 한국 게임 관계자는 한국의 인기게임 소스코드를 해킹해 짝퉁사이트로 서비스하는 중국 불법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상게임에 비해 서비스료는 10%에 불과한데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게임경험치를 확보하게 해준단다. 인기게임 뮤의 경우 불법 서비스 유저들은 게임의 최고 레벨인 9999점을 손쉽게 돌파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한 번 여기에 빠진 유저는 정상 게임 서비스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한국 같으면 사이버수사대가 나설 일이지만 중국에선 오히려 고객이 돈을 줘가며 경찰에 수사 요청을 해도 나서지 않는단다. 최근 중국 정부에 지재권 보호를 강력히 요청한 미국 정부를 우리 정부도 눈여겨봐야 할 일이다.

 이와 함께 중국 상황은 우리 게임 산업계와 정부에 각종 전시회에 대한 숙제까지 던져주고 있었다. 알려진 대로 세계 최대 E3쇼와 도쿄게임쇼가 올해부터 행사를 줄이거나 없앤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전 세계 게임전시회를 이끌 동력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한국이 될 듯싶다.

 “중국에서 장사하면서 어떻게 그런 데를 안 나가요?”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전 세계 게임기업 치고 중국 정부 주최의 차이나조이나 베이징온라인에 참여해야 한다는 유무형의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현지 주재원의 얘기다. 그렇다면 이에 무대책인 상황에 빠진 한국 게임업계만 상대적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행사 불참 시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기 때문이란다.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큰 시장을 배경으로 주최하는 행사에서 중국 정부의 노력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부에 중국 정부의 통 큰 모습만큼은 아니더라도 연말 열리는 G스타쇼에 더 많은 외국기업을 유치할 방책을 마련하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다. 우리 게임업계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을 노릴 수밖에 없고 그 필요성은 더욱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구멍가게였다던 샨다와 더나인을 상하이 시내 푸둥에서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재구 콘텐츠팀장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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